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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로 산유국 베네수엘라 ‘급유 대란’… 주유소 장사진

美 제재로 산유국 베네수엘라 ‘급유 대란’… 주유소 장사진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05-20 22:40
업데이트 2019-05-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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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돈줄인 국영석유기업 자산 동결

희석제 부족으로 석유생산량 15% 그쳐
쪽잠 청하거나 경찰에 뇌물주며 새치기
“4일 기다렸지만 실패” 시민 고통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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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서북부 카비마스의 한 주유소 앞에 차량들이 주유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가운데 기다리다 지친 한 시민이 차량 위로 올라가 드러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지난 1월부터 미국의 제재로 석유 생산량이 급감해 주유 대란을 겪고 있다.  카비마스 AP 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서북부 카비마스의 한 주유소 앞에 차량들이 주유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가운데 기다리다 지친 한 시민이 차량 위로 올라가 드러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지난 1월부터 미국의 제재로 석유 생산량이 급감해 주유 대란을 겪고 있다.
카비마스 AP 연합뉴스
세계 1위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 여파로 석유 생산에 차질을 빚자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형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난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미국의 제재로 더욱 큰 고통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제2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는 마치 귀성 행렬을 보듯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몇몇 운전자들이 기다림에 지쳐 차 안에서 쪽잠을 청하거나 경찰에 뇌물을 건네 새치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염병 담당 의사인 욜리 우르다네타는 이날 “휘발유를 넣으려고 4일이나 기다렸지만 아직 주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월 28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자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국영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했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가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110억 달러(약 13조 1350억원) 규모의 수익금이 전달되지 못하도록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미국의 공격을 받았던 2003년 당시 이라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상당량은 타르와 같은 중질류로 열을 가하거나 희석제와 혼합해 점성을 낮춰야 수송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희석제를 수입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카라카스 캐피털 마켓의 러스 댈런은 “PDVSA는 총 생산능력의 10~15% 정도만 생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잇따른 제재로 인해 마두로 정권보다 시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은 내전이 없는 국가 중에서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이 올해 10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제금융협회(IIF)는 2013년 이후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62%나 하락했다고 전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5-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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