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된 여인숙 화재··· 폐지 주워 연명하던 노인들 덮쳤다

입력 : ㅣ 수정 : 2019-08-2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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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서 투숙객 2명·관리자 1명 사망
쪽방 장기 투숙 중 참변… 7명 대피
주민들 “새벽에 ‘펑’ 소리 계속 들려”
부탄가스통 폭발 추정… 원인 조사 중
시청 근처 노후 목조건물인데도 방치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 완산구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폐지 등을 주우며 생계를 꾸리는 노인 3명이 숨졌다. 전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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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4시쯤 전북 전주 완산구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폐지 등을 주우며 생계를 꾸리는 노인 3명이 숨졌다.
전주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폐지를 주우며 쪽방 생활을 하던 장기 투숙객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주시청과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여인숙에서 이날 새벽 4시쯤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10명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나머지 7명은 대피해 화를 면했다.

사망자는 함께 생활하며 여인숙을 관리하는 A(82·여)씨와 투숙객 B(76)씨, 신원 미상 여성 등 3명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객실 11곳 중 각각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불은 건물 76㎡를 모두 태운 뒤 2시간 만에 진화됐다. 목격자는 “새벽에 자는데 ‘펑’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가스통이 폭발한 줄 알고 나와 보니 골목에 있는 여인숙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투숙객들은 매달 12만원가량을 여인숙에 지불하며 ‘달방’ 생활을 하는 장기투숙자로 알려졌다. 최근 10여명이 장기투숙하며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망자 3명 가운데 A씨는 기초수급자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생계를 꾸려 가는 노인들이었다. 사망자들은 6.6㎡(약 2평)도 안 되는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아가다가 변을 당했다.

주민들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숨진 투숙객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여인숙은 1972년 건립돼 48년이나 된 목조 슬레이트 건물이다. 건축물 관리대장에는 주택으로 돼 있으나 1974년에 숙박업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주시청 코앞에 있는 노후 숙박시설임에도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객실 등에 있던 부탄가스통이 화재로 터지면서 폭발음이 크게 들린 것 같다”며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9-08-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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