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예타 무력화, 가덕도뿐일까… 국회가 ‘토건 공화국’ 앞장

예타 무력화, 가덕도뿐일까… 국회가 ‘토건 공화국’ 앞장

신형철 기자
입력 2020-11-30 18:00
업데이트 2020-11-30 18:0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여야, 예타 조사 면제·완화 법안 쏟아내
21대 국회서 민주 13건, 국민의힘 12건
가덕도 외 폐광지역 사업 등 예타 면제
與, 예타 조사 주체 변경 법안까지 발의
예타 면제, 文정부가 MB정부보다 많아

이미지 확대
원내 1·2당이 나란히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해 예산 낭비를 막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21대 국회에 이미 예타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총 25건 발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가 선심 쓰듯 검증 없이 사회간접자본(SOC)에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는 ‘토건 공화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서울신문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예타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은 총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가 13건, 국민의힘 대표발의가 12건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토건자유이용권’으로 불리는 예타 면제권을 주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한 셈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직후 여야는 잇따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타 면제를 담은 특별법을 발의했다. 여야가 발의한 다른 법안들도 폐광지역 사업 예타 면제처럼 특정 사업을 지정해 예타를 면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법안은 아예 제도 자체를 흔드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예타의 주체를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이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예타 실시 기준 자체를 약 2배로 완화하는 법안을 냈다.

예타는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에서 개발 규제 차원에서 주장했던 제도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서는 규제 완화를 위해 예타 면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이 제도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발표에 따르면 예타 면제를 적극 활용한 건 문재인 정부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60조 3000억원), 박근혜 정부(23조 6000억원)보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88조 1000억원)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먹구구식 면제 대신 구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예타 면제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과 보완과제’ 조사 보고서에서 “예타 평가 기준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와 평가 기준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등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12-01 4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