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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공수처 안착한 뒤, 수사청 설치해도 늦지 않아”

“수사권 조정·공수처 안착한 뒤, 수사청 설치해도 늦지 않아”

박성국 기자
박성국, 민나리, 진선민 기자
입력 2021-03-03 20:48
업데이트 2021-03-0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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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긴급 설문 법조인 10명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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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목적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놓고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목적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놓고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검찰과 정부·여당의 갈등이 극대화되는 가운데 법조인들은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검찰의 자성과 동시에 여권의 ‘속도전’식 입법 추진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3일 서울신문의 긴급 설문에 응한 10명의 법조인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여권이 ‘검찰개혁 시즌2’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시행 2달을 맞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1호 수사도 시작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안착을 선행한 뒤 시즌2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은 정치와 조직 논리를 배제한 법조인들의 진솔한 의견 반영을 위해 현직 법관과 검사 등의 의견은 익명으로 전한다.

전화 설문에 응답한 법조인들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는 필요하다는 중론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 저마다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특히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수사청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에는 의문”이라면서 “경찰의 특수수사 역량이 확보·확인될 때까지는 검찰이 6대 주요범죄를 담당하면서 검찰 내 수사부서와 기소 부서는 나누는 행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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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분리로 가야 한다”면서도 “(수사청이) 검찰 수사권 박탈의 개념이 아닌, 검찰이 중대범죄 수사권을 수사청에 넘겨 주고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구체적인 비전이나 청사진 없이 ‘검수완박’ 구호만 외치는 검찰개혁은 안 된다”라면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에 해당하는 검찰개혁 시즌1은 20년 논의가 있었지만 시즌2 개혁은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사법체계인 만큼 더 구체적인 자료로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 “2단계 개혁을 추진한다면 1단계 개혁의 안착과 문제점 진단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사건에서 반복된 인권유린 등 검찰권 오남용 방지 차원에서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의 입법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미 이끌어낸 제도의 변화를 더욱 지켜본 뒤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장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 수사청 설치 논의는 백년대계를 갖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6대 중대범죄로 남겨둔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더욱 세분화해 집중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수사기관 신설에 따른 관할 다툼과 중복·과잉수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일선 수사 현장의 혼란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새로운 수사기관이 생기면 관할에 대한 혼선은 더욱 커지게 된다”면서 “국민의 입장에서도 어디에 고소해야 할지, 변호사 선임에도 경찰 단계 따로 검찰 단계 따로 해야 하는 등 비용 증가의 문제도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여권의 수사청 추진을 두고 “법치말살, 헌법파괴” 등 맹비난을 퍼붓는 윤 총장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헌법학 전문의 한 변호사는 “최근 윤 총장의 언사는 한 나라의 검찰총장이자 법률가의 언어가 아니다”라면서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를 향한 임명직 공무원의 거친 언사가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청이 생기더라도 검찰에 영장청구권이 그대로 남게 되면 사실상 수사 과정 전반에 (검찰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완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검찰권 오남용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 논의가 이뤄지게 된 것인데 검찰 스스로 자정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개혁 논의를 ‘반헌법적’이라고 거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1-03-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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