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과 새것 절묘한 조화 이룬 대구
지역민 살핀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침그를 배향하는 구암서원서 유생 체험을
강학당 배경에 ‘미디어 파사드’ 인상적
공자가 주인공인 도동서원 본래 그대로
가수 이찬원 덕에 옥연지도 핫플로 인기

밤이 내려앉은 구암서원
구암서원으로 먼저 간다. 대도시 중심부에서 주민들에게 숨통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구암서원과 마주하며 달성 서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달성 서씨는 대구의 명문가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 왔고, 그만큼 대구 사람들의 삶에 많은 선한 영향력을 줬다. 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그중 한 명이 구계 서침이다.
서침 이야기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조선의 왕 세종은 서침에게 달성 서씨들이 모여 살던 세거지를 군사용 부지로 내달라고 요구한다. 다른 곳에 정착지를 마련하고 세록(대를 이어 받는 녹봉)을 주겠다고도 했다. 한데 서침은 땅은 국가에 헌납할 테니 대신 대구 백성들의 환곡 이자를 감해 달라고 청한다. 집안의 영달보다 지역민의 삶을 앞세운 거다. 이때 헌납한 땅이 여러 경로를 거쳐 현재의 달성공원이 됐다. 훗날 일제강점기 때 후손 서상돈이 달성공원을 발판으로 국채보상운동을 벌였으니, 대를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셈이다.
구암서원은 서침을 배향하는 공간이다. 무려 6명의 왕에게 중용됐다는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과 서성, 서해 등도 함께 배향하고 있다. 서원 하면 보통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공간을 떠올린다. 구암서원은 다소 다르다. 역사를 콘텐츠 삼은 체험형 여행지를 지향하고 있다. 유생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사대부 집안의 접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연비 디미방 체험 등 ‘무게를 쫙 뺀’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는 뜻이다.

밤이 내려앉은 구암서원의 강학당 앞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에서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고리타분할 것같은 서원이 젊은이도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도동서원.

남평문씨 세거지에 능소화가 고절하게 피어 있다.

송해공원으로도 불리던 옥연지에 ‘찬또배기’ 이찬원 가족이 연 카페가 대구의 ‘핫플’로 떠올랐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사진과 이름으로 래핑한 버스.
■ 여행수첩
→무심사는 달성공단에서 창녕 쪽으로 가다 길 오른쪽의 이정표를 보며 들어가야 한다. 인도처럼 보이지만 자전거 도로와 차도 등 다목적으로 쓰인다. 외길이어서 무심사까지 간 뒤 되돌아 나와야 한다. 주차 공간은 무심사 인근까지 가야 나온다.

대구 녹양구이
2021-07-22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