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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올림픽 첫 출전 허버드, 실격 뒤 사랑의 하트 만들며 “탱큐”

성전환 올림픽 첫 출전 허버드, 실격 뒤 사랑의 하트 만들며 “탱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8-02 21:22
업데이트 2021-08-0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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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로럴 허버드(뉴질랜드)가 2일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인상 세 번째 시기를 실패해 실격패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로럴 허버드(뉴질랜드)가 2일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인상 세 번째 시기를 실패해 실격패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로럴 허버드(43·뉴질랜드)가 인상 1~3차 시기에 모두 실패하고도 손으로 사랑의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며 “감사해요” 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의 첫 올림픽을 허망하게 끝냈지만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허버드는 2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A그룹 경기에 출전했으나, 인상 1∼3차 시기 모두 실패했다. 1차 시기 120㎏을 들려다가 바를 뒤로 넘겨버린 허버드는 2차 시기에서는 125㎏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나 심판진은 ‘노 리프트’를 선언했다. 리프트가 이중동작이라는 판정이었다.

허버드는 3차 시기에서도 125㎏을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너무 일찍 바벨을 놓아버렸다. 이렇게 세 시기 모두 실패하면서 용상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다. 대회를 앞두고 많은 언론들이 그의 특이한 이력에 주목했다. 이날 보통 역도 인상 경기와 다르게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가 허버드가 실패하자 썰물 빠지듯 떠난 것도 그런 이상 과열 때문이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난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고자 올림픽에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심적 부담이 심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남자로 태어났고, 105㎏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했다. 남자 선수로 활동할 때의 이름은 ‘개빈’이었다. 2013년 성전환 수술을 한 하버드는 IOC가 2015년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면서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IOC는 당시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려면 첫 대회 직전 최소 12개월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여야 한다는 지침과 함께 출전을 허용했다.

허버드는 2015년부터 여러 차례 남성 호르몬 수치 검사를 했고, 2016년 12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IOC와 IWF가 제시한 수치 이하로 떨어지자 여자 역도선수 자격을 얻었다. 2017년부터는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뛰었고, 그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275㎏) 2위에 올랐다.

성(性)을 바꾼 선수가 세계역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허버드가 처음이었다. 또 역도 약소국인 뉴질랜드에서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메달을 쥔 선수로도 기록됐다.
이선미가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87㎏ 이상) 용상 148kg 1차 시기를 성공한 뒤 돌아서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이선미가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87㎏ 이상) 용상 148kg 1차 시기를 성공한 뒤 돌아서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한편 올림픽 첫 무대에 나선 이선미(21·강원도청)는 인상 125㎏에 용상 152㎏, 합계 277㎏을 들어 4위에 올라 아깝게 메달을 놓쳤지만 3년 뒤 파리 대회를 희망차게 기대할 수 있게 했다. 3위를 차지한 사라 로블레스(미국)의 합계 기록은 282㎏(인상 128㎏, 용상 154㎏)이었다. 2위 에밀리 캠벨(영국)의 합계 기록 283㎏(인상 122㎏, 용상 161㎏)과도 격차가 크지 않아 희망을 품을 만하다.

 이선미는 “인상 1∼3차, 용상 1∼3차 시기에 모두 성공하자는 생각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여섯 번을 다 들고, 운이 따르면 동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상 3차 시기 155㎏만 들지 못했는데 성공했어도 로블레스의 기록은 넘어서지 못했다. 이선미는 “로블레스와 캠벨이 경기를 잘했다”고 인정했다. 큰 무대에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값진 경험을 했다.

 지난해 허리를 다쳐 오랜 시간 재활을 해 자신의 말마따나 “95% 정도 회복을 해서” 이만한 값진 교훈을 얻은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2017년과 2019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그는 “다른 경기와 올림픽은 완전히 달랐다. 긴장을 더 많이 했다”면서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2024년에는 파리 대회가 있다. 돌아가면 바로 운동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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