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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억울한 옥살이 땡전 한푼 보상 못 받는 62세 흑인에 18억원

42년 억울한 옥살이 땡전 한푼 보상 못 받는 62세 흑인에 18억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29 09:53
업데이트 2021-11-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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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이상, 날수로는 1만 5487일을 억울하게 교도소에 보낸 케빈 스트릭랜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카메론의 교도소에서 석방된 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변호인 트리시아 로호 부쉬넬, 오른쪽은 변호인 로버트 호프먼. 일간 캔자스시티 스타 제공 AP 연합뉴스
42년 이상, 날수로는 1만 5487일을 억울하게 교도소에 보낸 케빈 스트릭랜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카메론의 교도소에서 석방된 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변호인 트리시아 로호 부쉬넬, 오른쪽은 변호인 로버트 호프먼.
일간 캔자스시티 스타 제공 AP 연합뉴스
42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에 무죄가 증명돼 최근 풀려났지만 당국으로부터 한푼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십시일반 150만 달러(약 18억원) 이상을 모아줬다. 1만 5487일이란 억울한 세월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작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살인죄로 42년 넘게 복역하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무죄로 풀려난 미주리주의 흑인 남성 케빈 스트리클런드(62)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인터넷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28일 오후 4시(그리니치표준시, 한국시간 29일 오전 1시) 현재 151만 1440 달러가 모였다. 2만 7000여명의 낯선 이들이 정성을 보탰다. 스트리클런드의 은행 계좌가 개설되는 대로 모금액을 전액 전달할 예정이다.

무죄로 풀려났지만 당국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했다. 미주리주법에는 증인이 증언을 철회한 경우는 보상을 하지 않고, 유전자(DNA) 증거가 확보된 경우만 보상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부에 동참한 시민들은 응원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케일로 킹은 100 달러를 내놓으며 “스트리클런드가 오래 살며 자유를 누리길 기도한다”고 했다. 모리스 우드는 50달러를 기부하며 “스트리클런드는 복역 기간에 대해 주 당국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스트리클런드는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침실이 두 개나 세 개 있는 작은 집을 짓고 닭 몇 마리와 개 네다섯 마리를 키울 것”이라며 낚시를 할 수 있는 연못이 근처에 있는 곳에 집을 짓겠다고 했다.

그는 처음 경찰에 검거됐을 때부터 무고하다고 항변했지만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그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이 주의 역사에 가장 오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죄수로 기록되는데 1989년 이후 수집된 통계만 참조하면 미국 전체에서는 그가 일곱 번째로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엉뚱하게 날린 죄수다. 억울한 옥살이가 미국에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고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기 얼마 전 10대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케빈 스트릭랜드(오른쪽). 중서부 무고 프로젝트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무고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기 얼마 전 10대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케빈 스트릭랜드(오른쪽).
중서부 무고 프로젝트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재인용
스트리클런드의 석방을 위해 몇달째 노력했던 ‘중서부 무고 프로젝트’의 트리시아 로호 부쉬넬 법률국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떤 판사라도 증거들을 들여다보면 스트릭랜드가 무고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그가 잃은 43년의 세월에 대해 어떤 것(보상)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며 주정부는 그에게 훔쳐간 시간에 대해 땡전 한푼 지급하지 않을 것인데 이건 정의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1978년 4월 25일 캔자스시티의 집을 무장 습격한 혐의에 연루돼 이듬해 50년 동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네 용의자가 집안에 있던 셰리 블랙, 래리 인그램(이상 22), 존 워커(20)에게 총을 쏴 살해했다. 신시아 더글러스(20)는 다쳤지만 죽은 척해 목숨을 건졌다. 더글러스의 남자친구가 제보해 경찰은 스트리클런드를 체포했다. 그러고는 용의자들을 줄 세운 뒤 더글러스에게 스트리클런드를 지목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가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아무런 물리적 증거는 없었다. 이듬해 첫 재판 배심원 12명 가운데 흑인 한 명이 끝까지 스트리클런드의 무죄를 주장하는 바람에 배심원단은 해산됐다. 해서 모두 백인으로만 배심원단을 꾸려 다시 재판을 진행했고 그들은 만장일치로 스트리클런드의 1급 살인 한 건과 2급 살인 두 건을 유죄로 평결했다.

몇년 뒤 더글러스는 증언을 번복할 의사를 피력했디. 중서부 무고 프로젝트에 편지를 보내 “당시로 돌아가도 상황은 분명치 않지만 지금 난 이 사람을 가능한 돕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자매, 딸이 대신 법정에서 생전의 그녀가 “엉뚱한 녀석”을 지목했다고 털어놓았다고 증언했다.

잭슨 카운티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건과 재판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미주리 법에 따라 즉각 사면과 석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로호 부쉬넬은 “사법체계 스스로가 잘못을 바로잡는 게 얼마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검찰이 스트리클런드가 무고하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도 몇달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어려워선 안되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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