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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 상자 안에서 새 총리 임명장 전달한 체코 대통령

아크릴 상자 안에서 새 총리 임명장 전달한 체코 대통령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29 10:54
업데이트 2021-11-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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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시 제만(오른쪽) 체코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수도 프라하 근처의 관저 국빈 룸에 마련된 아크릴 상자 안에 휠체어에 앉은 채 들어가 시민민주당(ODS) 대표이며 차기 총리인 페트르 피알라(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예식을 지켜보고 있다. 프라하 풀기자단 EPA 연합뉴스
밀로시 제만(오른쪽) 체코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수도 프라하 근처의 관저 국빈 룸에 마련된 아크릴 상자 안에 휠체어에 앉은 채 들어가 시민민주당(ODS) 대표이며 차기 총리인 페트르 피알라(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예식을 지켜보고 있다.
프라하 풀기자단 EPA 연합뉴스
지난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신임 총리페트리 피알라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는데 아크릴 상자 안에 격리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제만 대통령은 관저의 국빈 홀에 들어설 때 보호장구를 착용한 병원 직원이 미는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2주 정도 자가 격리하도록 돼 있는데 국정이 중단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이런 묘안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올해 77세인데도 담배와 술을 무척 즐기는 제만 대통령은 최근 당뇨병으로 건강이 크게 나빠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한 지 얼마 안돼 또다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주 입원했다가 퇴원한 상태였다.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3차까지 맞았고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됐다.

당초 제만 대통령은 지난 26일 페트르 피알라 총리 후보를 총리로 지명할 예정이었으나 입원 때문에 미뤄졌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만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뒤 마이크를 통해 바깥에 전달된 짧은 연설을 통해 장관 임명 권한은 신임 총리에게 있지만 앞으로 2주 동안 장관 후보자들을 만나 인터뷰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헌법에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새 정부를 구성하는 협상을 이끌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체코 총선은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피알라 지명자가 이끄는 시민민주당(ODS)을 비롯한 중도우파 연합 스폴루(함께)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제만 대통령이 말한 일정대로라면 총리가 새 내각을 꾸리는 일은 다음달 13일에야 끝나게 된다.

피알라 총리 지명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 때문에 제만 대통령은 상당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그는 원래 강경한 발언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6월에도 트랜스젠더들이 “역겹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여느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체코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다 새 변이 오미크론 감염 사례도 확인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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