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반응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내 유효 투표율 미달로 막을 내리면서 여야의 표정도 엇갈렸다.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의 청신호’로 설정했던 투표율 25%를 넘겼다며 애써 실망감을 감추면서도 내부적으로 정국 주도권 상실과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폭풍 전야의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내년 총선, 대선에 대비한 무상 복지정책의 공론화에 탄력을 붙이는 분위기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곤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연합뉴스

여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 방송을 지켜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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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발적인 시민 210만명의 투표 참여는 놀라운 수치로, 개함했다면 90% 이상 찬성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투표가 진행됐다면 오 시장의 정책이 맞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적극 반영해 무상 포퓰리즘을 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사퇴시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승리한 게임에 즉각 사퇴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도 “당초부터 투표율 25%가 승부수였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보수층 결집 실패와 책임론, 출구 전략을 놓고 당내 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준엄한 심판의 결과”라고 자축했지만 홍 대표의 민주당 책임론, 오세훈 승리론이 전해지자 비난을 쏟아냈다.
손학규 대표는 투표가 완료된 오후 8시 서울 민주당 영등포당사에 마련된 서울시당 주민투표 상황실을 찾아 당직자,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개표 무산 방송을 지켜보던 3층 대회의실은 들뜬 지역위원들 수십명으로 가득 찼다. 손 대표는 “복지는 민생, 시대흐름이고 서울 시민들이 길을 가르쳐 주셨다.”고 투표 결과를 자축했다.
무상급식대책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학교급식법 개정 등 국가가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순 의원은 투표율과 관련, “정책투표가 아닌 이념·정치투표로 변질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신속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상수 무상급식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오 시장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스스로 선택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다.”면서 “민주주의를 낭비한 오 시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도덕적 책임을 오 시장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면서 “홍 대표는 자기집 애가 불장난해 옆집에 피해를 줬는데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섭 대변인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한 진정한 사죄도 없는 홍 대표와 오 시장은 오만방자하다.”고 비판했다.
강주리·이재연기자 jurik@seoul.co.kr
2011-08-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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