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미 백악관 항의 잇따라 베테통 광고 캠페인 중단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광고로 수차례 논란을 빚어온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이 이번엔 불편한 관계에 있는 세계 정상들의 입맞춤 합성 사진을 활용한 캠페인으로 도마에 올랐다.베네통이 ‘언헤이트’라는 주제로 연출한 각국 지도자들의 입맞춤 합성 사진들. 왼쪽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언헤이트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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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은 화해의 상징적 모습을 통해 관용과 사랑의 정신을 전파하고자 이 같은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센 비난에 직면에 하루도 되지 않아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게 됐다. 베네통은 이전에도 에이즈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장면 등을 광고에 활용해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교황청은 교황의 입맞춤 장면을 담은 사진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 광고가 “신도들의 종교적 정서를 해치고, 교황에 대한 존경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또 이 사진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내고 “베네통의 광고 캠페인으로 만들어진 합성 사진이 이탈리아와 외국에서 언론이나 다른 경로로 유통되는 것을 막을 조치”를 하라고 변호사에게 요청한다는 것. 이에 베네통은 성명을 내 교황청에 사과하고, 해당 사진을 광고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아즈하르 사원 측도 이 사진에 대해 “무책임하고 터무니없다”면서 성명을 내놓을지는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초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콥트 기독교회가 공격받는 등 중동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해 테러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이후 교황과 타예브 이맘은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백악관도 같은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각각 키스하는 합성사진에 대해 비판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은 대통령의 이름과 초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해온 오랜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7일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합성 사진에 대해 “그냥 재미있게 봤다. 초상권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을 따져봐야겠지만, 정색을 하고 항의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한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별도 보고를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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