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지명자는 누구

김용 지명자는 누구

입력 2012-03-24 00:00
수정 2012-03-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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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퇴치 선봉장, 3세계 경제 구원투수로

어머니로부터 퇴계 이황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헌신하는 삶을 꿈꿔온 이민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에 낙점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5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저개발국 출신 소년이 미국이 독식해 온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이끌게 됐다. 아이비리그 200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총장으로 화제가 된 김용(53·미국명 짐 용 킴) 다트머스대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총장은 늘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세상에 기여할 길을 고민해 왔다.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내던 시절 그는 중남미와 러시아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 치료를 위한 구호활동을 벌여 큰 성공을 거뒀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저소득 국가의 에이즈, 말라리아 치료 등에 힘썼다. 특히 2005년 300만명의 에이즈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3X5 운동’은 스스로를 ‘행동파’라고 일컫는 그만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한 그는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는 등 일찌감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미 대선 당시 아이오와 맥거번 선거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울 정도로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후 브라운대로 진학한 그는 1982년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 의학·인류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하버드 의대 시절 그는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자’는 인생의 결단을 내렸다. 그는 하버드대 교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한국보다 더 내 도움이 절실한 나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아이티 방문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꿔 놓았다. 참혹한 가난과 질병,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곤국 국민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길만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는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도 인연이 깊다. 청년 의학도로 페루에서 결핵 퇴치 자원봉사에 나선 그를 이 전 총장의 부인이 남편에게 소개한 것이다.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라는 수식어는 늘 그의 차지였다. 2003년 소위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된 데 이어 2006년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지난 2009년에는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4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 총장의 부친 고(古) 김낙희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치과의사로 일했다. 모친 김옥숙씨는 아이오와대학에서 퇴계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의사인 부인 임연숙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2-03-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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