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대회 마친 양측 정강정책서 ‘대충돌’安측 “민생집중”…민주 “6·15-10·4 부정이 새정치냐”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 새정치연합이 18일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 초안에서 ‘탈(脫)이념’을 내세워 민주당 기존 정책과의 차별화에 나섰다.특히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민주당 정체성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김대중(DJ)·노무현 노선’에 대한 궤도수정까지 시사해 민주당측이 ‘우경화 논란’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는 등 신당의 좌표 설정 과정에 험로를 예고했다.
지난 휴일 발기인대회까지 마친 두 세력이 창당일정에 쫓겨 뒤로 미뤄뒀던 정강정책 분야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양측은 이날 정강정책분과회의에서 상대의 입장을 확인한 뒤 지도부 보고를 거쳐 20일 다시 회의를 갖고 재조율에 나서기로 했으나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安측 ‘6·15 - 10·4, 5·18 - 6·10 계승’ 제외’탈 DJ·노(盧)’ 시동? = 새정치연합이 이날 민주당에 전달한 ‘강령·정강정책’ 초안에는 DJ와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인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의 계승’ 부분이 빠져 있다.
또한 민주당의 기존 강령의 ‘전문’ 첫 문장에 담긴 ‘4월 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을 비롯한 민주개혁운동’에 대한 승계 문구도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연사를 가지고 있다”로 대체됐다.
통일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기존 강령에는 ‘통일·외교·안보’로 명명, ‘통일’이 최우선순위에 배치된 반면 새정치연합측 초안은 ‘안보·외교·통일’의 순서로 ‘안보’를 제일 앞에 넣었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 인도적 지원이라는 키워드는 양측의 공통분모다. 하지만 민주당 강령에는 ‘북한주민의 민생·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고만 돼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 초안에는 ‘남북·국제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단계적,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제1세대 이산가족의 전원 상봉을 최우선으로 실현한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러한 노선과 관련, 새정치연합측 윤영관 공동분과위원장은 “소비적,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소지를 없애고 초점을 민생에 두자는 것이 양측이 공통된 인식”이라며 “그러한 방향으로 정리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과거의 사건을 회고적으로 나열하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취지였지, 평화통일과 남북대화를 위한 노력과 그 정신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전부 진심으로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벌집 쑤셔놓은듯 민주…”安 궤변…이게 새정치냐” = 새정치연합측 강령 초안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DJ측이나 친노 진영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DJ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글에서 “논쟁을 피하려고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6·15, 10.4선언’의 계승발전 명문화를 강조했다. 친노 핵심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초선 강경파가 주축을 이룬 ‘더좋은 미래’의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민생을 강조하기 위해 6·15, 10·4 선언 계승 문구를 삭제한다는 게 무슨 궤변이냐”며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를 긍정적 역사로 평가하자면서 역사적인 6·15, 10·4선언 계승은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게 새정치냐. 차별화의 강박관념으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베의 역사인식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인지를 확인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역사인식은 현재의 진정성과 지향하는 미래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라며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 빗대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청래 의원은 “뿌리를 자르고 꽃을 피우고 주춧돌을 빼고 기둥을 세울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고, 이목희 의원은 “대선 패배는 공약의 진보성이 아니라 진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해서였다”고 말했다.
◇’7·4-남북기본합의서 계승’ 까지 넣어 절충되나 = 새정치연합은 이날 정강정책분과회의에서 이 같은 초안을 내놓으면서 정강정책의 ‘참신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측은 6·15 및 10·4 계승 문구 명시 주장을 견지하면서 “그렇다면 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새누리당 전신 정권의 성과도 다 넣어 계승하는 것으로 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절충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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