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속 인사들, 모르쇠 일관 심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뒤 이름이 오른 ‘친박(친박근혜) 실세’ 등 여권 인사들은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이들의 주장이 진실이어서 실제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이 같은 심리가 한국정치에서 종종 엿보여지는 ‘일단 강하게 부인하고 증거가 드러나면 조금씩 인정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제 금품을 받았더라도 정치자금 문제는 범죄가 아닌 정치과정으로 생각해 잡아떼고 보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품을 받았더라도 스스로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 밀당’ 정도를 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면서 “일단 잡아떼고 증거가 드러나면 인정하는 방식이 정치권은 물론, 한국 사회 공인들이 의혹에 대처해온 방식”이라고 말했다.
당장 명예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거나 부도덕성이 발각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기본적으로 전면 부인하는 원인일 수 있다”면서 “혹시라도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받게 될 타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방어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 금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에 부인할 수도 있지만, 증거가 어느 정도 나오더라도 측근 등 제3자가 총대를 메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했든 안 했든 객관적인 증거와 자료로 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일단 부인하고 보는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5-04-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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