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담화와 같은점-다른점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점-다른점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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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발표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한국강제병합 100년 사죄 담화가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수준을 벗어났느냐는 논란이 한일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이 논란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2조 해석을 둘러싼 논쟁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미 무효’라는 표현을 1904년 2월 한일의정서(韓日議政書)에서 시작해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 이르는 모든 조약과 협정이 원래부터 무효였다고 해석한 반면,일본은 ‘국제법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지만 한국의 독립이나 한국 정부의 수립으로 결과적으로 무효가 됐다’고 전혀 다르게 풀이했다.

 이런 해석의 차이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영유권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1905년 1월28일 독도를 일본에 편입한 결정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일본 외무성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일제가 추천하는 재무와 외무 고문을 두도록 강요해 대한제국의 재정권과 외교권을 박탈한 1904년 8월 제1차 한일협약(한일협정서)도 유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1995년 8월15일 종전 5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담화는 일본 역대 정부가 표명한 가장 진전된 견해로 평가되는 한편,“결과적으로는 잘못했지만,병합조약 자체는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병합조약 100년을 맞아 발표되는 총리 담화에는 병합조약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부분까지 포함되지는 못하더라도 ‘병합조약에 이르는 제반 조약.협정(혹은 과정)이 한국인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됐다’는 부분이 포함되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간 총리의 담화는 이 부분을 “100년 전 8월 일한(한일)병합조약이 체결돼,이후 36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정치적.군사적 배경하에,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애매하게 처리했다.

 표현 자체만 보면 병합조약에 이르는 과정은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식민지 지배가 한국의 뜻에 반하는 것이었다는 결과론에 머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병합조약 체결로 시작된 식민지 지배가 정치적.군사적 배경하에 한국인의 뜻에 반해서 이뤄졌다’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일본내에서 ‘병합조약 자체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리로 연결되는 길을 열어놓은 측면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담화의 표현 자체로는 무라야마 담화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도 일부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런 표현에 만족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무라야마 전 총리도 담화 발표 이후 국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병합조약이 강제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일본내 논의 과정에서 담화의 새로운 표현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지켜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무라야마 담화와 간 담화 요지.

 ◇ 무라야마 담화 요지=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국가 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또 이 역사로 인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 여러분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친다.

 패전 50년을 맞이한 오늘,우리나라는 깊은 반성에 입각하여 독선적인 내셔널리즘을 배척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협조를 촉진하고 그것을 통하여 평화의 이념과 민주주의를 널리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 간 담화 요지=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정치.군사적 배경하에,100년전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심정)을 표명한다.

 이런 인식에 따라,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면서,미래지향적 일한(한일) 관계를 구축해갈 것이다.

 재(在)사할린 한국인 지원,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반환 지원 등 인도적 협력은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갈 것이다.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거쳐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

 일한(한일) 양국의 유대가 더욱 깊고,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강하게 희구(希究)함과 동시에 양국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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