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청소년 자퇴강요는 차별”

“임신 청소년 자퇴강요는 차별”

입력 2010-03-17 00:00
수정 2010-03-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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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가명·19)이는 여고 3학년 때인 지난해 4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수진이는 낙태 생각을 버리고 회계사의 꿈일 이루기 위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강제퇴학을 당할 수 있다.”는 학교 측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자퇴서를 냈다. 임신한 학생은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법 규정은 없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학생을 퇴학시킬 수 있다.’는 학칙이 법보다 무서운 게 현실이다. 자퇴서를 내긴 했으나 마음은 쉬이 돌아서지 않았다. 어머니 양모(49)씨는 딸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인권위는 학교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갔으나 학교 측은 수진이의 재입학을 거부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재입학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청소년 미혼모 94% 자퇴·휴학

인권위는 지난해 7월13일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 이용’에 따라 차별행위로 판단했다.”며 수진이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해당 학교에 대해 경고조치할 것을 교육청에 주문했다. 결국 수진이는 재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학교 측이 재입학과 졸업을 허용하면서도 교실 수업은 거부해 학적은 그대로 두고 대안학교에 다녀야만 했다.

이처럼 국내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은 처참한 상황이다. 2008년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 가운데 87.6%가 학업을 지속하기를 원했지만 33%가 자퇴했다. 61%는 휴학이나 장기결석으로 처리됐다.

●선진국 학습권 침해않게 배려

하지만 선진국은 미혼모라 할지라도 학습권이 침해당하지 않는다. 임신한 청소년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미국의 ‘TAPP(Teenage Parenting Program)’, 영국의 ‘20 Sure Start Plus’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타이완 등은 관련법을 제정, 임신한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다.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은 “미혼모 학생이 공부하면서 출산하고 양육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03-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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