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자 증언] “남편 돌아오면 세 딸과 맛있는 것 사먹으려 했는데…”

[천안함 생존자 증언] “남편 돌아오면 세 딸과 맛있는 것 사먹으려 했는데…”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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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태석상사 부인 이수정씨 오열

7일 오후 7시36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의무대로 들어온 구급차의 뒷문이 열리고 꼭 살아올 것만 같았던 남편이 흰 천에 덮여 시신으로 들어오자 고 김태석 상사의 부인 이수정(36)씨는 “여보…”라는 외마디를 겨우 토해낸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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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돌아온 金상사  침몰한 천안함의 함미 절단면 기관조종실 부분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시신이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부인 이수정(왼쪽 두 번째)씨 등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말 없이 돌아온 金상사
침몰한 천안함의 함미 절단면 기관조종실 부분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시신이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부인 이수정(왼쪽 두 번째)씨 등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포토]세딸과 함께 단란했던 故 김상사 가족

●“남편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

이씨는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남편이 훈련에서 돌아오면 세 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려고 했다.”며 오열했다. 이씨는 남편의 시신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지만 끝내 만지지도 못한 채 부사관 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무대로 들어갔다.

9살, 7살, 5살 된 세 딸은 아빠의 죽음을 모르는 듯 천진한 모습으로 주변을 서성거려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다. 막내딸은 간간이 어깨춤도 추고 군인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김 상사는 상사 진급을 앞둔 지난달 16일 천안함 출동 직전 중사계급장을 직접 떼고 해군 정복과 모자를 집에서 가져가는 등 들뜬 마음을 가족에게 표현했다고 부인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그래도 살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라며 현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절규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통곡

김 상사의 장모는 사위의 시신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뒤 친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위가)13일 동안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혀 있다 보니 몸이 딱딱하게 굳어 미라가 돼 있었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더라.”며 통곡했다.

같은 해군 예비역 중사인 처남 이용기(35)씨도 “조카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아빠가 훈련 나갔다가 아직 안 돌아온 줄 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상사의 부사관 144기 동기인 남기중 중사는 “김 상사는 신망이 높고 군인정신이 투철했다. 가족 간 사랑도 넘쳐 동기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함대사령부 해군아파트 주민들은 ‘수정아, 힘내라,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내용의 격려 글을 적어 고인의 아파트 현관문 옆에 붙여놨다.

정현용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04-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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