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눈길 온통 백령도로

시민 눈길 온통 백령도로

입력 2010-04-15 00:00
수정 2010-04-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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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생중계에 시선 고정…“눈물 나 못 보겠다” “군 사기 어떡하나”

 천안함 침몰 20일 만인 15일 오전부터 시민의 눈길은 온통 백령도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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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작업 지켜보는 시민들
천안함 인양작업 지켜보는 시민들 15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TV를 통해 천안함 함미 인양작업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자 44명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함미 부분의 인양작업이 생중계된 TV 모니터에서 좀체 눈을 떼지 못했다.

 직장인은 잠시 일손을 놓고 TV나 인터넷으로 인양작업을 지켜봤고,DMB로 생방송을 보는 이들 주변에는 어깨너머로나마 인양작업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의 관심은 이날 정오께 천안함의 함미 부분이 완전히 물위로 드러나고 내부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역과 동서울터미널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 TV스크린 앞에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달하는 시민이 몰렸고 평소 붐비던 매표소는 오히려 한산했다.

 시민들은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듯 좌석을 버리고 TV 앞으로 다가섰기에 뒤쪽에서는 화면을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회사원들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속삭이며 인양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 이야기 했고,상당수 시신이 유실됐을 것이란 자막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이도 있었다.

 손님 마중차 서울역을 찾았다는 6.25 참전 국가유공자 최락길(81)씨는 “우리는 전쟁 때 죽은 사람들 하도 많이 봐서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하다.전쟁 상황도 아닌데 저렇게 안타깝게 죽어서 어떡하나”며 연신 혀를 찼다.

 거래처 관계자를 만나러 왔다는 장모(48)씨는 “군의 늑장대응과 그간 행보를 볼 때 함미 인양도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할 것 같다.이제 철저한 조사를 해 문책할 사람은 문책해야 한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휴가길이나 복귀 중인 군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시민 사이에서는 우리 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쏟아졌다.

 제주 출신으로 병원 치료차 상경했다는 고모(53)씨는 “시신이 함미 안에 고스란히 다 있어야 할 텐데 산화했거나 물에 쓸려갔다면 유가족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며 “지금 여기에 오가는 장병도 사기저하가 말이 아닐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동서울 터미널로 친구 마중을 나온 주원철(32)씨는 “육군이긴 하지만 자형이 직업군인인데 천안함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정말 남 일 같지 않다”며 “초반부터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한 데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군의 사기가 오를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관공서와 기업,식당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천안함 인양작업 때문에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전 9시30분께 홍대입구의 한 인도음식전문점에서 기자와 만난 매니저 장현주(36.여)씨는 “개점을 앞두고 테이블 세팅을 하면서도 틈틈이 TV를 보고 인터넷으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다.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근무 중이던 회사원 김학수(34)씨는 “지난주부터 출근해 여러모로 신경쓸 게 많지만 사건의 진상이 너무 궁금하고 답답해 인터넷 생방송을 보고 있다”며 “군의 설명을 들을수록 궁금증만 커져 생방송 화면을 열었지만 막상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을 보니 절망과 아픔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TV를 보던 대학생이나 주부들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거실에서 TV로 인양작업을 지켜보던 주부 홍남순(77.여)씨는 “부모들이 울고 난리치는 거 보니까 너무 가엾고 마음이 아파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되더라”며 TV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홍씨는 “안에 시신이 있을 텐데 산 사람은 하나도 안보여 너무 안타깝고 눈물 나와서 못 보겠다.저 엄마는 아들을 낳아 나라에 바치고 가족들이 다 거기 나와있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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