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피멍 든 노인들 “그래도 내 자식인데…”

학대로 피멍 든 노인들 “그래도 내 자식인데…”

입력 2010-05-07 00:00
수정 2010-05-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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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으로 낳은 자식인데 어쩌겠어요.그저 업보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딜 수밖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3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농사일과 식당일을 전전하며 5남매를 키워 낸 김점순(76.여.가명) 할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들의 신체.정서적 학대에 삶의 의욕조차 꺾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둘째 아들(48)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김 할머니는 지난해 6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아들은 술을 마시면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노숙생활 중 돈이 떨어지면 집으로 와 돈을 달라고 노모를 폭행하기 일쑤다.

 이러기를 수년째.가뜩이나 쥐꼬리만한 기초생활수급비 대부분은 아들에게 빼앗겨 김 할머니는 요즘에도 노구를 이끌고 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또 다른 자식들이 있지만 둘째 아들의 폭력을 감당할 수 없어 가족 간 왕래조차 끊긴 지 오래됐다.

 정신장애 2급인 아들(55)과 사는 이순임(77.여.가명) 할머니는 지난해 여름 아들의 폭행에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퇴원 후에도 계속된 아들의 감금 폭행을 견디다 못한 이 할머니는 양로원으로 피신해 도움을 요청했다.

 아들의 폭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늦깎이 결혼을 하고자 소개받은 한 여성이 400만원을 갈취해 달아난 것.이 할머니 때문에 여성이 달아났다고 단정한 아들의 폭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가뜩이나 아들의 정신장애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평생을 살아온 이 할머니는 아들의 잦은 학대에도 어느 곳에 하소연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는 149건이며 상담 건수도 2천236건에 이른다.하루평균 6.5건꼴로 노인학대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전년(2008년)도 신고건수 92건과 상담건수 1천527건에 비해 각각 61.9%(57건),46.4%(709건)가 증가한 수치다.

 학대 행위자는 전체 180명 중 아들이 85명(47.2%)으로 가장 많았고,딸 21명(11.6%),며느리 18명(10%),배우자 14명(7.7%),본인 자포자기 11명(6.1%) 등으로 나타났다.

 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 신고가 예년보다 차츰 늘고 있으나 여전히 숙명이라고 여긴 채 자식을 감싸주려고 신고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며 “학대는 명백한 범죄인 만큼 노인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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