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에 파묻혀서…복구는 엄두도 못내요”

“흙더미에 파묻혀서…복구는 엄두도 못내요”

입력 2010-09-24 00:00
수정 2010-09-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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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구라뇨.저렇게 많은 흙더미에 파묻힌 논을 어떻게 복구하나요.”

 추석 코앞에 몰아닥친 기습폭우로 농경지가 흙더미에 묻힌 피해를 당한 백영옥(67.여.원주시 지정면)씨는 24일 복구는 엄두도 못낸 채 마을회관에 나와 한숨만 쉬고 있었다.

 워낙 많은 양의 토사가 쌓인 탓에 인력으로는 엄두조차 못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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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1리 일대 농경지에서  24일 한 농민이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0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1리 일대 농경지에서 24일 한 농민이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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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1리 일대 농경지에서  24일 한 농민이 토사로 덮힌 논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0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1리 일대 농경지에서 24일 한 농민이 토사로 덮힌 논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지난 21일 20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1리 마을을 찾았다.

 비 피해가 집중된 지정면 일대 도로는 복구작업으로 제모습을 찾아가는 듯했지만,마을을 끼고 흐르는 가곡천 주변은 군데군데 토사가 쌓여 전쟁 폐허를 방불케 했다.

 마을로 가는 길목에는 자갈무더기가 금방이라도 쓸려 내려갈 듯 아슬아슬하게 하천바닥에 얹혀 있었고 수확을 앞두고 황금빛 들녘으로 눈부셔야 할 마을 풍경은 온데간데없이,알곡이 꽉 찬 벼들은 토사더미에 깔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수해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복구의 손길은 보이지 않고 일부 농민들만 피해현장에 나와 참담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특히 추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 보였다.

 마을 이장 이석현씨는 “이번 폭우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고통이 너무나 크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서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주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과 함께 메타세콰이어 묘목을 일으켜 세우던 안웅기(46)씨는 “3년 동안 정성스레 키워 어른 키 만큼 자라 출하를 앞두고 있던 묘목인데 허벅지만큼 파묻힌 묘목을 보니 어이가 없다”며 “지난해 장마철에도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에는 1천600㎡ 가운데 절반 가량 손해를 입어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차량으로 약 3km에 달하는 가곡천변을 따라 달렸지만,절반 이상이 하천을 타고 온 토사가 농경지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일부 농민들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지정면과 호저면 일대 기업도시 현장이 비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홍배(60.간현리)씨는 “가곡천 상류인 기업도시 공사현장에서 한꺼번에 토사가 휩쓸려 내려왔다”며 “워낙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공사현장의 토사도 피해를 가중시켰다”라고 말했다.

 기업도시 공사현장 곳곳은 기습폭우가 지나간 뒤 군데군데 움푹 패어 있었으며 공사현장 인근 하천에는 떠내려온 토사가 물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피해현장을 빠져나오면서 하천 옆 10m 가량 높은 곳에 있던 한 축사 밑 둑이 수마에 패어 나가 아슬아슬하게 얹힌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축사 주인은 비가 조금만 더 왔다면 축사 전체가 무너져 내릴 뻔했다고 당시의 긴박함을 전했다.

 피해조사에 나선 원주시 공무원은 “가곡천을 따라 약 2km 가량에 걸쳐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애초 20~25m에 달하는 하천폭을 10m 가량 넓히는 계획이 있던 곳으로,국비를 확보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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