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권내 재벌도 비자금 의혹… 잠 못드는 재계의 밤

10위권내 재벌도 비자금 의혹… 잠 못드는 재계의 밤

입력 2010-10-21 00:00
수정 2010-10-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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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칼끝 다음은 어디 ‘전전긍긍’

“차명계좌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2002년 대선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털고 갔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몸을 한껏 엎드리고 있는 분위기죠.”

요즘 주요 대기업들의 눈은 국내외 시장 대신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향해 있다. 한화와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조만간 재계 전체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일각에서는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못지않은 파장이 재계 전반에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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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자금줄’ 의혹 받는 한국도서보급  20일 경기 안양 한국도서보급 정문에서 경비원이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서보급은 태광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 대출을 해주는 등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태광 자금줄’ 의혹 받는 한국도서보급
20일 경기 안양 한국도서보급 정문에서 경비원이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서보급은 태광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 대출을 해주는 등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재계 비자금 수사향방 예의주시

20일 재계에 따르면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예비군 체제로 있는 중수부를 언제든 가동할 수 있다.”고 언급, 검찰이 그동안 쌓아놨던 정보를 토대로 재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 대상 기업의 규모 역시 지금보다 더 커질 공산이 크다.

검찰과 재계에서는 ‘포스트 태광’ 후보 기업에 대한 여러 설들이 오가고 있다. 특히 재계 10위권인 한화보다 더 큰 그룹의 계열사가 역외펀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대기업은 대형 빌딩 건설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뿌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떤 기업은 비자금, 어떤 기업은 하도급 대금 부풀리기 등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실체는 아직 불분명한 것 같다.”면서 “다만 검찰이 비자금의 흐름을 보겠다고 한 만큼 칼끝은 (기업이 아닌) 정치권 쪽에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과거에 검찰 수사로 홍역을 앓았던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등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비상장회사를 이용해 그룹 경영권을 편법 상속하거나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한화와 태광이 받고 있는 의혹이 과거 이 그룹들의 행태와 유사해 언론에 종종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찍히면 기업활동 ‘제로’

현 정부의 기업 정책이 냉·온탕을 왔다갔다하면서 ‘정치적 의도 때문에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말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첫 공식 행보로 재계의 ‘맏형’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하고,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법인세 인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면 등을 통해 친기업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친서민정책에 대한 언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기업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정치 권력이 경제 권력에 비해 우위에 서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줄이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번 (검찰에) 찍히면 내년 초까지 기업 활동은 ‘제로’가 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차기 대선구도까지 감안하면 현 정부의 기업 정책 기조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는 기업들에게 세계 경제의 이중침체(더블딥)와 저환율 못지않은 난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2010-1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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