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1·2·3…” 60년만에 다시 만난 ‘피란선 인연’

“김치1·2·3…” 60년만에 다시 만난 ‘피란선 인연’

입력 2010-11-05 00:00
수정 2010-11-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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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볼수 없을 줄 알았던 생명의 은인들을 60년 만에 만나니 눈물이 흐르네요.”

5일 경남 거제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열린 ‘흥남철수작전 60년의 기억과 감사의 행사’에 참석한 이경필(60)씨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흥남철수작전은 1905년 12월 23일 1만4천여명의 피란민이 ‘매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부두에서 거제까지 철수한 작전으로,세계적으로도 가장 성공적인 작전,가장 인도적인 작전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인정돼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흥남부두에서 피란민들을 싣고 2박3일에 걸쳐 거제까지 철수하는 도중 배 안에서는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당시 미군 승무원들은 이들을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1’,‘김치2’,‘김치3’,‘김치4’,‘김치5’라고 불렀는데,이씨는 5번째로 태어난 ‘김치5’였다.

 현재 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60년 동안 배 안에서 무사히 태어날 수 있게 도와준 생명의 은인들을 찾으려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념행사에 당시 ‘매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미군 승무원 로버트 러니씨,밀 스미스씨,발리 스미스씨 등 3명이 방문하면서 소원을 이루게 됐다.

 이씨는 “그동안 정말 만나고 싶었다.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며 미리 준비한 감사 편지와 꽃다발을 건넸고,한명씩 강하게 포옹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내가 태어났을 때의 얘기를 많이 들었고,인생을 살면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자세로 살아왔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미국을 직접 찾아가는 등 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니씨는 “‘김치5’(이경필 씨)가 그때는 아기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란 것을 보니 기쁘다”며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흥남철수작전은 매우 인도적인 작전이었다.피란민 하나 하나가 모두 영웅이라 생각한다”며 “철수작전이 우리에게 남긴 인도주의와 박애정신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민호 거제시장과 이철휘 육군 제2작전사령관,홍성윤 함경남도 중앙도민회장 등이 참석했으며,속초에서 출발해 포항을 거쳐 거제를 찾아온 ‘국토뱃길 순례단’ 10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행사 중에는 미군 승무원 러니 씨가 작전 도중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돼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함경도민들과 미군이 철수작전에서 보여준 숭고한 인간애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놀라운 것이었다.앞으로도 많은 기념사업을 통해 이 정신을 널리 알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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