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림’에 온통 빨간색·검은색

아이들 ‘그림’에 온통 빨간색·검은색

입력 2010-12-04 00:00
수정 201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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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자는 힘들고 엄마 사자는 다리가 아프고 동생 사자는 곧 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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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불이 났어요”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 연평도 피난민이 머무는 인천시 중구 찜질방 ‘인스파월드’에 마련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3일 연평도 아이들이 치료상담을 받았다.
“연평도 불이 났어요”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 연평도 피난민이 머무는 인천시 중구 찜질방 ‘인스파월드’에 마련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3일 연평도 아이들이 치료상담을 받았다.


3일 연평도 피난민이 임시 거주 중인 인천시 중구의 찜질방 ‘인스파월드’ 한편에 설치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손모(6)군이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손군은 빈 도화지에 사과나무 한 그루와 사자 가족을 그린 뒤 ‘사자가 사과나무를 찾고 있어요’라고 제목을 붙였다.

 한세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에서 나온 미술치료사 방유선(29.여)씨는 “처음에는 찜질방에서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북한이 포만 안 쏘면 집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아이가 사자 가족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나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불안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전날 상담소에는 한 아동(6)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낯선 아저씨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꿈을 꾼다며 엄마와 함께 상담소를 찾아왔다.

 미술치료사 최명실(52.여)씨가 이 아동에게 도화지를 내밀자 아이는 ‘바다’라면서 빨간 포위망을 그렸다.

[사진] 아이들은 등교했지만…끝나지 않은 긴장감

 이 아동은 ‘그날’ 이후 놀이방에도 가지 않고 잘 때도 엄마 손을 꼭 잡고 잔다.

 이날 상담소를 찾은 또 다른 아이는 빈 도화지에 연평도에 있는 집과 자기 자신만을 그렸다.

 이 아이는 또 찰흙으로 달팽이와 거북이 모양을 빚더니 “집을 가지고 다니는 달팽이와 거북이가 부럽다”라고 했다.

 최씨는 “대부분의 아동이 피격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해 하고 있고 연평도에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꿈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을 보고나서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방치하면 성장 과정에서 증상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찜질방 임시 거주가 끝날 때까지 미술 치료를 통해 연평도 아이들의 심리 안정을 돕겠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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