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사건’ A양 어머니 “그런 악마를…”

‘김수철 사건’ A양 어머니 “그런 악마를…”

입력 2010-12-13 00:00
수정 2010-12-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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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5세의 일용직 노동자가 8살 A양을 납치, 자기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범인의 이름을 따 ‘김수철 사건’이라고 불린 이 사건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전 국민을 경악시켰고, 정부가 강력한 어린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기자는 당시 사건 현장을 찾아보고 피해 아동의 부모도 만나봤다. 학교의 안전망이 눈에 띄게 강화돼 있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에겐 상흔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었다.

◇”나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해봤을 텐데…”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여가 지난 11일 사건 현장인 초등학교를 다시 찾아 둘러봤다.

이날은 학생이 등교하지 않는 ‘놀토’였지만 정문 옆 경비실에는 배움터 지킴이가 근무하고 있었다. A양은 자율휴업일에 방과후 컴퓨터 교육을 받으러 학교에 갔다가 완치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고, 당시 학교를 지킨 경비요원은 아무도 없었다.

퇴직 경찰관인 배움터 지킴이 김모(60)씨는 방문자 명부에 이름을 적고 방문증을 받아야 교내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씨는 “그땐 학교의 자체 휴일이어서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 나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해봤을 텐데 하는 생각에 지금도 착잡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방문증을 목에 걸고 돌아본 학교는 사건 당시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주택가로 통하는 후문은 굳게 잠겼고 경비초소도 설치됐다. 정문 경비실의 배움터 지킴이의 시야를 가리던 야외수영장 등 부대시설은 모두 사라졌고, 강당 1층에 ‘자율안전방범순찰대’라는 명패가 걸렸다.

학교 측에 따르면 4대에 불과했던 방범용 CCTV가 갑절로 늘었고 휴일에도 경비 인력이 한 명 이상 배치됐다.

80여명에 이르는 배드민턴 동호회원이 자율방범단을 구성해 교내와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으며,등·하교 시간에는 인솔자가 학생과 함께 등·하교하는 ‘워킹(Walking) 스쿨버스’ 제도도 도입했다.

김씨는 “사건이 터지고 학교에서 신경을 많이 쓰긴 했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 몰라도 제법 튼튼하게 고친 셈”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딸 상처는 어쩌고…” 애끓는 피해가족

사건이 터지고 학교가 달라졌지만 피해 아동의 부모는 아직도 학교를 원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학교가 안전 대책을 미리 세웠더라면 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A양의 어머니 박모(38)씨는 “한 사람 당하고 대책을 세우면 뭐하나. 우리 딸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게 됐는데.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일을 미리 했으면 우리 애가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양 몸의 상처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6개월 넘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A양은 아직 마지막 수술을 남겨놓고 있다. 반년 간 차고 있던 배변 주머니를 떼어내는 수술이다.

몸은 그렇다 쳐도 정신적 충격은 언제 지워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어머니 박씨는 “담당 의사가 수술을 마쳐도 항문의 기능이 정상일 때의 70% 정도로만 회복된다고 했다”며 “애가 불안해하거나 멍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때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A양의 집은 살던 곳에서 멀리 이사했고, 아버지는 딸을 간호하려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A양 부모는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학교와 운영을 맡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보고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들에게 사랑하는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파괴한 김수철은 ‘악마’ 그 자체였다.

김수철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그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A양의 어머니 박씨는 아직도 김수철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만약 김수철이 용서를 빌러 나타난다면 내 손으로 꼭 죽일 겁니다. 판사님이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벌을 내린 것을 알고 있지만 왜 이런 악마를 살려둬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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