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3곳중 1곳 탈의실 등에 불법 설치”
올 7월, 한 여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공중목욕탕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이 여성은 “공중목욕탕 탈의실 등에 버젓이 CCTV가 가동되고 있어 무척 기분이 나빴다. 누군가 내 알몸을 훔쳐 볼 수 있는데 불법 아닌가.”라는 고발성 내용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10월 백석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전국 420개 대중 목욕시설을 조사한 결과 30.2%(127곳)에서 탈의실 주변과 수면실 등 설치 금지구역에 CCTV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지구역에서 확인된 CCTV는 탈의실 주변이 7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발한실 42곳, 수면실 36곳 등 순이었다. 심지어 13곳은 화장실 앞, 6곳은 샤워실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특히 전체 조사 대상 업소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은 71.7%인 301개소나 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6곳은 실내에 CCTV가 설치됐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불법으로 목욕시설에 CCTV를 설치한 업소에 대해 권고나 고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편 인권위가 직장인·대학생·주부 등 개인의 6가지 생활 유형에 따른 CCTV 노출 빈도를 조사한 결과, 한 사람이 ‘민간 CCTV’에 하루 평균 83.1차례나 찍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초마다 한번씩 CCTV에 개인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찍히는 셈이다. 하루 최대 110차례나 CCTV에 찍힌 사례도 있었다. 민간 CCTV는 주택가·상가·지하보도·대학·도로·인도·시장·교통시설 등 생활 전 영역에 걸쳐 설치돼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12-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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