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행 적극 가담안해도 피해유발 책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통장 제공자도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서울동부지법 민사15단독 우관제 판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강모(51)씨가 범행에 사용된 통장 명의자인 김모(39)씨와 도모(24)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우 판사는 “피고들이 범인에게 자신들 명의의 통장을 양도할 당시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도운 것으로 볼 수 있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 판사는 “다만 원고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경솔하게 돈을 입금한 잘못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각각 760여만원과 3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우 판사는 부당이득금 반환 부분에 대해 “피고들이 계좌에 입금된 돈 1천600만원 모두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김씨 등의 계좌에 남아있는 8천600원에 대해서만 반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9일 범인에게서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2천만원을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고 김씨 등 명의의 계좌로 총 1천600만원을 송금했다.
전화 사기를 당한 것을 뒤늦게 안 강씨는 통장 명의자 김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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