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칭찬했던 이주호 돌변 왜

카이스트 칭찬했던 이주호 돌변 왜

입력 2011-04-14 00:00
수정 2011-04-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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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문제 등 대립했던 서총장과는 껄끄러워

지난해 8월 31일, 전날 임명된 신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취임 다음 날 첫 행선지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찾았다. 이 장관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150명 가운데 26명의 학생들을 따로 만났다. 이후에도 이 장관은 입학사정관제도를 설명할 때면 ‘카이스트의 우수 사례’를 빠뜨리지 않고 단골 메뉴로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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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그랬던 이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등에 대해 “교육 개혁은 현장 중심으로 해야 하고, 대학 차원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지금까지와 달리 서남표 총장이 주도하는 카이스트 개혁에 칼을 겨눈 분위기였다. 냉랭한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교과위 소속의 한 의원은 “장관이 서 총장을 버릴 태세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장관 등 교과부가 그동안 카이스트를 칭찬했을지언정 서 총장, 특히 연임한 서 총장은 반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부는 지난해 내놓고 서 총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공식적으로야 부인하지만 이사회 등에서 서 총장 연임이 적절치 않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흘렸다.

그러나 교과부의 의중을 알아채고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았던 서 총장은 오히려 정부가 총장 연임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반발했다. 교과부는 이사회 정관을 개정해서라도 서 총장의 연임을 막으려 했지만 ‘정부 개입’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주춤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사회는 서 총장 연임을 결정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이를 놓고 ‘교과부의 굴욕’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당시 교과부가 서 총장 연임을 한사코 반대했던 이유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서 총장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 방식’이었다. 교과부는 “서 총장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독선적인 학교 운영으로 학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사회도 서 총장에게 제동을 걸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해 댔다.

결국 이 장관이 취임 첫 행선지로 카이스트를 택했던 것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애착과 함께 불과 한달 전까지 재신임 문제로 껄끄러웠던 서 총장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화해 제스처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과부와 카이스트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올 초 4년 만에 있었던 교과부의 카이스트 감사를 두고도 교과부는 “4년 만의 정기 감사”라고 설명했지만 카이스트 쪽에서는 “연임한 서 총장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최근 이 장관의 우회적인 ‘서 총장 때리기’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내심 “이럴 줄 알았다.”고 하고 싶지만 서 총장의 개혁 방향이 MB정부의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 어설픈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다. 전날 교과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카이스트 사태는 결국 경쟁만 강요하는 이 정권의 교육정책 때문 아니냐.”면서 “이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정부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분간 서 총장과 거리를 두면서 카이스트 사태가 ‘MB식 교육정책의 난맥’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관계자는 “당장 해임하기보다 우선 급한 불을 끈 뒤 사태가 진정되면 그때 서 총장 거취를 논의하는 것이 서로 윈윈 하는 방법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1-04-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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