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ㆍ인권보다 사회적 안전에 무게혐오시설 인식, 이중처벌 논란 가능성
오는 16일부터 성폭력 범죄자 신상공개제도가 19세 이상 성인 대상 범죄자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성범죄의 ‘사회적 처벌’이 한층 더 강화된다.그동안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만 인터넷에 띄웠는데, 이제 모든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상습성이 있거나 죄질이 무거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같은 지역 내에 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둔 가정에 우편으로 전달되게 함으로써 확실한 ‘낙인 효과’를 내게 했다.
공개 정보에는 이름과 사진, 신체정보는 물론 거주지 번지수와 아파트 동ㆍ호 등 상세주소가 포함돼 한마디로 성범죄자가 발 딛고 설 자리가 좁아지는 셈이다.
법무부는 3천500여명의 성범죄자가 신상공개 등록 대상에 추가되고 이 중 30% 정도인 1천여명이 우편 고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제도는 작년 4월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뒀다. 등굣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비등한 때였다.
법무부는 지난 2008년 도입된 전자발찌제도,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성충동 약물 치료제와 함께 신상공개제를 성범죄 억제의 강력한 도구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신상공개 시행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성범죄자 거주지가 사실상 ‘혐오시설’로 인식되면 ‘내 집 앞은 안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범죄자의 거주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 권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성범죄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친인척이 이웃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 있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7조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에 따라 제도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낙인 효과에 따른 사회적 처벌이 강화됨으로써 이미 법원의 유죄판결로 형이 집행된 성범죄자에게 이중처벌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해묵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4일 “국회가 특례법을 만들 때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보다는 사회적 안전에 입법 정책의 무게를 둔 것”이라며 “국민적 합의에 따라 관련 법을 제정한 만큼 일단 시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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