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검은 거래’ 1억이 10억으로

청자 ‘검은 거래’ 1억이 10억으로

입력 2011-04-28 00:00
수정 2011-04-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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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청자 사기의혹 전말

“시가 1억원도 안되는 청자를 10억원에 샀다.”

‘전남 강진군 청자 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09년 10월 문화재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은 “강진청자박물관이 10억원에 산 ‘청자상감모란국화문과형주자’는 감정 결과 8000만~9000만원짜리”라며 “소장자와 친분이 있던 감정위원이 감정가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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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사자인 강진군은 당장 “성 의원이 근거도 없는 의혹을 제기해 군과 군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맞받아쳤다. 지역단체, 민간요업체 대표들도 “‘청자의 고장’ 강진의 위상이 떨어졌다.”며 가세해 의원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강진군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개 재감정을 실시했으나, 감정위원 간에도 평가가 엇갈려 답을 내지 못했다.

사건은 결국 지난해 12월 검찰에 넘어왔다. 감사원이 “감정위원이 돈을 받고 감정가를 부풀린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검찰은 넘겨받은 감사자료를 검토한 뒤, 청자를 감정했던 최건 전 경기도자박물관장, 청자 소장자인 D미술관 이모 회장 등을 조사했다. 결국 수사 4개월여 만인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가 내린 결론은 1년 6개월 전 성 의원이 처음 제기한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 전 관장이 이 회장에게 돈을 받고 감정가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검찰 공소장에 나온 혐의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최 전 관장은 2007년 5월 강진군 측으로부터 “전시할 청자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에 최 전 관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이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문제의 작품을 강진군에 추천한다. 이어 강진군은 최 전 관장에게 이 작품 가격을 감정해 달라고 부탁하자 최 전 관장은 가격을 10억 5000만원으로 책정했고, 강진군은 이를 믿고 10억원에 작품을 매입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강진군이 모르는 ‘검은 거래’가 있었다. 최 전 관장은 추천 단계에서부터 이 회장에게 “고가 매매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꾸준히 뒷돈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를 빌미로 최 전 관장이 받은 돈은 6회에 걸쳐 모두 1억 2500만원에 달한다.

이후 최 전 관장은 자신과 다른 감정결과를 내놓은 감정위원을 헐뜯기도 했다. 가격 논란이 일자 강진군은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에게 작품 감정을 다시 의뢰했고, 김 회장은 8000만~9000만원이란 결과를 내놨다. 이에 강진군이 최 전 관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앙심을 품은 최 전 관장은 “김 회장이 고구려 고분벽화 탈취 주범이며 장물을 팔았다.”는 허위 내용의 문서를 김 회장과 거래하던 박물관 측에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돈을 받아 감정가를 부풀리고 다른 감정위원을 헐뜯은 최 전 관장을 배임수재·명예훼손 등 혐의로, 최 전 관장에게 돈을 건넨 이 회장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4-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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