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걸리면 그만’…항공기 승무원 음주단속 허술

’안걸리면 그만’…항공기 승무원 음주단속 허술

입력 2011-05-03 00:00
업데이트 2011-05-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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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승무원 5% 이내 무작위 측정…사전예방책 미흡

음주상태에서 112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를 운항하려던 아시아나항공 소속 기장이 출발 직전 국토해양부 감독관의 불시점검에서 적발되는 아찔한 일이 벌어진 가운데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음주단속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장 등 승무원의 음주운항은 자칫 대형 항공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만큼 보다 철저한 비행 전 음주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오전 7시10분 김해공항을 출발, 인천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OZ8532편의 오모 기장이 국토해양부 소속 감독관의 불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감독관이 호흡식 알코올 검사기로 6차례에 걸친 검사결과, 오 기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 최고치는 항공법상 허용치인 0.04%를 넘어선 0.067%로 나타나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날 국토부 감독관의 음주단속이 불시적발이었다는 사실.

항공기 승무원 가운데 기장 등 조종사의 음주여부는 항공사고 등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행 항공법상 음주측정 의무조항은 없다.

국토부 운항기술기준에 따르면 국토부나 지방항공청 소속 공무원이 음주로 의심될 경우 항공사 승무원에게 항공업무 직전부터 직후까지 음주측정을 할 수 있고 항공사들은 알코올 복용 후 8시간 이내 항공업무를 맡겨서는 안되며 자체적으로 기장 등 승무원의 5% 범위에서 무작위 음주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암행단속과 무작위 측정으로는 빈틈이 많고 비행 전 금주를 직업윤리에 맡기는 경향이 있어 항공사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있다.

특히 이번 음주단속에 적발된 기장이 소속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005년 파업에서 음주측정 폐지를 요구사안으로 내걸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음주 적발시 처벌도 관대한 편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기장 등 승무원이 항공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술 등 알코올을 섭취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1차, 2차 적발엔 각각 30일, 90일의 자격 효력정지, 3번 적발됐을 경우 효력정지 1년이나 자격증명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반면 음주측정에서 적발됐을 경우엔 별다른 처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4년부터 항공기 조종사에 대한 음주운항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0.04%에서 0.02%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조종사의 음주 사실이 적발되면 바로 경찰에 체포될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국회 임시회에서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서면질의에서 “기장과 승무원의 음주비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자칫 대형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승무원들의 음주운항을 막을 수 있는 의무적인 음주측정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음주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당 기장에 대해 해고 등 중징계를 내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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