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정전대란] 전력거래소 “심각” 보고 지경부 “문제없다” 묵살

[9·15 정전대란] 전력거래소 “심각” 보고 지경부 “문제없다” 묵살

입력 2011-09-17 00:00
수정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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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4시간의 미스터리

15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중앙급전소는 전국 발전소의 발전량과 송·배전 상황을 통제하는 곳이다. 당일 9시 전력사용량이 5687만㎾를 기록했다. 전날의 최대 전력사용량인 5875만㎾에 육박하며 전력소비량이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전력 당국은 예정대로 전국 23개 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전력사용량 수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곡선을 그렸다. 오전 10시 6145만㎾에 달하며 9월 초의 늦더위 때 보였던 상승 패턴을 그렸다. 오전 11시에는 6420만㎾를 돌파하며 정부가 당일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로 예상한 6300만~6400만㎾를 가볍게 넘겼다. 50인치 대형 모니터 16개를 연결해 만든 초대형 스크린에 상승 곡선이 예년과 다른 형태를 보였지만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지역별 순환 단전 실시 전인 최소 4시간 전부터 전력수급의 1차 경고음이 울렸지만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지식경제부 등의 수많은 전력 관계자들 중 단 한 명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경부도 오전 내내 태평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력거래소에서 지경부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아 지경부도 이상 징후 같은 것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오부터는 비상등이 실시간으로 깜빡였다. 정오에 6558만㎾에 달했고, 오후 1시(6316만㎾)에는 점심때인 점을 감안해도 예년보다 많은 전력사용량을 보였다. 전력 당국은 이 같은 2차 경고음도 무시했다.

오후 2시 6626만㎾를 넘으며 예비전력량이 400만㎾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자 전력거래소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지경부에 “전력수급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태연했다. 전력수급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압조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 별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지경부의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후 3시 11분 인위적인 단전에 돌입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력 당국은 없었다. 그 많은 인원이 최장 6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증만 더한다. 최대 의문점은 경고음이 본격적으로 울리기 시작한 오전 11시부터 정전 사태가 일어난 오후 3시까지 한전의 모습은 전혀 찾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한전은 정전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상황만 보면 늦더위 때문에 전력 수요가 예상치보다 웃돌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전력 수급을 통제하는 곳은 전력거래소다.”라는 등 엉뚱한 소리를 하며 또 한번 방만·부실한 공기업의 전형을 보였을 뿐이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1-09-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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