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ㆍ굴착기 기사 무너지는 토사에 함께 매몰
무너진 흙더미에 묻힌 동료를 구하려다가 공사장 인부 3명이 모두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1시30분께 대전 원촌교 부근 공사장에 매몰됐던 인부 3명의 시신이 인양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0분께 대전 유성구 원촌동 원촌교 부근 하수관 증설공사 중 지반이 붕괴되면서 인부 3명이 매몰돼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숨진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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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9시38분께 대전 유성구 원촌동 원촌교 인근 하수도 차집관거 공사 현장에서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인부 김모(50)씨 등 3명이 매몰됐다.
용접공인 김씨는 이날 지상에서 용접을 하던 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미리 파 놓은 깊이 7m가량의 구덩이에 묻혔다.
함께 작업 현장에 있던 굴착기 기사 김모(47)씨와 현장 관리소장 이모(32)씨는 용접공 김씨를 급히 구해 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무너져 내리는 토사에 휩쓸려 함께 매몰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토사에 휩쓸린 김씨를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동료들도 함께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50여명과 굴착기 2대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사고 발생 4시간여만인 오후 1시30분께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김씨 등은 하천에서 3m가량 떨어진 둔치에서 작업 중이었다.
경찰은 물이 스며들며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오전 10시50여분께부터 매몰된 인부들의 신체 일부가 드러나 소방당국이 구조에 사력을 다했으나 하천물과 토사가 매몰지로 계속 유입돼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부들이 매몰된 곳으로 자꾸 물이 스며들면서 구조작업이 지연됐다.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빼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결국 인부 3명 모두 숨진 상태로 인양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공사는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에서 발주해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갑천 제2차집관거 설치공사’로, 이날 갑천변에서 우천에 대비한 하수관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고가 날 당시 근로자들은 대전의 한 토건업체가 특허를 낸 ‘SGP(Steel Guide Plate)설치 공법’으로 흙막이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법은 지하에 가이드 파일을 박은 뒤 다시 파일 사이에 130㎝ 두께의 강판을 박아 넣는 공법으로, 현장의 용접 공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하천 바로 옆에서 버팀대 용접 작업을 하다 연약한 지반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시공 전 지하수량이나 지반의 지지력 등을 파악할 때 바로 옆에 갑천이 흐른다는 것을 얼마나 염두에 두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장에서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참고하는 한편, 공사 현장 관계자를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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