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시즌 피해 주의보
서울의 유명 결혼 예물업체 사장이 예물 계약금과 예물을 몽땅 챙겨서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던 예비 신혼부부들은 다시 예물을 준비하랴,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랴 정신없다.
다음 달 결혼 예정인 예비 신랑 한모(36)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결혼 예물업체인 ‘베스쥬얼리’에 예약해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갔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장이 텅 비어 있었던 것. 전날 사장 김모(36)씨가 귀금속과 보석 등을 모두 가지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한씨는 “예약한 결혼반지를 찾아가려 했다가 사장이 이유 없이 두 차례나 미뤄 연기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씨는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다른 예물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한씨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베스쥬얼리 사장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한씨 이외에 8명도 경찰에 고소장을 낸 상태다. 하지만 베스쥬얼리의 이름값으로 미뤄 피해자들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또 100만원짜리 반지에서부터 2000만원 이상 되는 예물세트를 주문했다는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피해액은 최소한 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찰은 사장 김씨를 출국금지 했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베스쥬얼리는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고급 주얼리 업체로 이름나 있다. 언론매체에도 여러 차례 명품 결혼예물 업체로 소개된 데다 유명 가수가 예물을 보러 오고, 인기 탤런트, 개그맨 등도 매장에 들러 인증 사진을 남겨 연예인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겉만 화려했을 뿐 속으로는 경영난에 허덕였다. 한 직원은 일한 지 3개월이 넘도록 급여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예비 신혼부부들은 포털 사이트에 있는 결혼정보카페도 비난하고 나섰다. 다음달 결혼할 예비 신부 김모(28)씨는 유명 결혼정보 인터넷카페가 주최한 결혼 박람회에서 베스쥬얼리를 알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 카페는 혼수·예물 등 결혼과 관련된 업체를 카페 인증업체로 선정한 뒤 이들 업체에 계약한 뒤 후기를 남기면 사은품을 주고 있다. 베스쥬얼리는 이 카페가 인증한 우수 예물업체다. 100만원짜리 결혼반지를 맞추고 금 한 냥을 맡긴 김씨는 “카페를 믿고 예약했는데 막상 사태가 발생하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다.”면서 “결혼이 임박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측도 베스쥬얼리 사태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협회 측은 “신혼여행 관련 사기는 있었지만 예물 관련 사기는 드물다.”면서 “예물도 여행상품처럼 공제보험을 들게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1-10-19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