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업무 못챙겨 소유권 건설사에 넘겨줘
부산 북구가 18년전 한 건설사의 도로부지 기부채납 업무를 챙기지 못해 소송을 당하고 구청 소유가 될 땅을 결국 건설사에 내준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부산지법 제2민사부는 지난 17일 L건설사가 북구청을 상대로 한 도로사용료 소송에서 구청이 L건설사의 도로부지에 대해 기부채납을 위한 가등기를 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건설사가 요구하는 가등기 말소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법원은 건설사가 도로부지의 증여를 위해 구청이 가등기를 했을지라도 증여효력 기한인 10년을 넘겼기 때문에 원소유주인 건설사의 요구대로 가등기를 말소해야 된다고 판결했다.
북구는 건설사의 기부채납 각서대로 가등기 이후 10년 이내 소유권 이전절차를 거쳤다면 도로부지는 당연히 구청 소유가 됐을 것이지만 아파트 준공 이후에도 기부채납 업무를 챙기지 못해 결국 역소송을 당하며 구청 재산을 날린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기부채납 각서 자체를 까마득이 모르고 있었던 북구는 가등기 법률시효 10년을 훌쩍 넘긴 지난 2009년, 건설사가 땅 소유권을 주장하며 지난 5년간의 도로 무상사용료 6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비로소 각서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 11월 북구는 L건설사로부터 북구 덕천동 128-8와 만덕동 761-5 임야 5천117㎡ 가운데 2분의 1을 B아파트 준공 후 기부채납하겠다는 인증서(각서)를 받고 해당 부지에 가등기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건설사는 1998년 아파트 준공 후 해당 부지를 구청에 기부채납하지 않았고 북구도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건설사로부터 기부채납을 받지 못했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 준공까지 4~5년이 걸렸는데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바뀌면서 미처 토지 기부채납을 챙기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각서까지 쓴 건설사가 스스로 기부채납을 하지 않은 것은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건설사 임원은 “그동안 가등기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는데 법원이 2심 판결에서는 소유권을 인정해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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