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공사ㆍ공군부대·터널발파 영향 거의 없어” “안전대책ㆍ조기경보 때 피해 줄였을 것”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 중 인근 덕우암 유역 산사태 복구공사나 공군부대 시설, 서초터널 발파 등으로 인한 인위적 영향은 거의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그러나 2010년 곤파스 피해 이후 덕우암 지역과 공군부대를 포함한 우면산 일원에 대한 산사태 안전대책이 즉시 강구됐고 당일 조기경보가 발령됐더라면 인명ㆍ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우면산 산사태 원인 추가 및 보완 조사단(단장 김명모 서울대 교수)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의 우면산 산사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면산 산사태 발생 직후 서울시와 민간조사단은 원인 조사를 벌여 강한 폭우와 계속된 호우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데다 흘러내린 돌과 흙더미,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주민과 유가족들은 “우면산 산사태는 인재(人災)”라며 이미 조사된 지역을 포함해 일부 누락된 지역까지 보완 조사할 것을 요구해 12명의 추가ㆍ보완 조사단이 지난 4월부터 현장조사와 전문가토론회 등을 해왔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 “당시 남현에 120년, 서초에 20년 빈도의 많은 강우로 인해 산사태와 토석류가 발생했다”며 일단 이번 산사태를 ‘천재(天災)’로 규정했다.
조사단은 다만 “덕우암 유역 산사태는 예측이 가능했으며 유역 전체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 2010년 곤파스 피해 지역에 치중된 복구대책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2010년 산사태 발생 후 덕우암 유역과 비슷한 조건의 우면산 전체에 대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항구적인 복구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그러나 지난 조사에서 쟁점이 됐던 공군부대의 영향에 대해서는 “이는 예측 가능했으므로 2010년 산사태 발생 후 공군부대 주위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면서도 “공군부대 주위 산사태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인근 서초터널 발파로 인한 영향과 관련해 주변 지반 진동속도, 사면 안전율 등을 들어 “발파와 산사태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이밖에 주변의 생태저수지에 대해 “둑의 붕괴로 유하부의 많은 가구를 침수시켰으나 토석류를 가둠으로써 더 큰 피해 발생을 억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우면산 수목이 산사태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김명모 조사단장은 “인재라는 것이 사람이 만든 재난이라고 하면 우면산 사태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사람이 대처할 수 있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키운, 불러낸 재난도 인재라고 한다면 우면산 산사태는 인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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