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인데도 유통 40% 뚝… 노량진 수산시장 한숨

추석 앞인데도 유통 40% 뚝… 노량진 수산시장 한숨

입력 2016-09-04 23:10
업데이트 2016-09-0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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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수 실종… 주말도 한산

현대화 내홍에 폭염 후폭풍
콜레라 괴담까지 겹쳐 ‘4중고’
상인들 “매출 반토막” 울상

‘손님은 언제 오려나’
‘손님은 언제 오려나’ 4일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 수산시장 구관에서 한 상인이 손님 발길이 끊긴 골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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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도 매출이 너무 줄었어요.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이나 찍으러 오지 주부들이 들르지를 않아요.”

4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의 한 상인은 주말에도 텅 빈 복도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현대화 건물에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구(舊)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초점 없이 허공만 바라보던 한 상인은 “이맘때면 손님이 가득 차야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못 팔고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철거’, ‘사용금지’ 등의 글씨가 흉물스럽게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 수산시장의 대표 격인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 건물을 두고 벌어진 내홍, 폭염에 의한 어류 폐사, 명절 특수 실종, 콜레라 괴담 등으로 4중고를 겪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9월 첫째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유통된 하루 평균 물량은 15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1t)에 비해 40.1%나 줄었다. 지난달에도 지난해 8월보다 물량이 줄긴 했지만 첫째주 13.9%, 둘째주 26.7%, 셋째주 21.4%, 넷째주 23.7% 등으로 감소폭이 커 봐야 20%대 초반이었다.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 이주 상인과 구시장에 남은 상인으로 이분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차례상이 간소화되거나 아예 차례를 지내는 않는 사람이 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화 건물의 한 상인은 “보다시피 사람이 없지 않으냐. 횟거리는 물론이고 민어, 가자미 등 차례상에 올릴 생선을 찾는 손님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말인데도 아예 가게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있었다. 제철을 맞은 전어와 새우 등을 진열대에 가득 채워 둔 상인들은 썰렁한 가운데 오가는 손님을 붙잡아 봤지만 헛수고였다.

윤헌주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상권이 분리됐고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하길 거부하는 구시장 상인들과 수협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원인”이라며 “추석이 지나고 20일에 시민공청회를 열기로 했는데 현명한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측의 갈등은 현대화 시장이 들어선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판매 면적이 줄어든 반면 임대료는 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게 구시장 상인들의 반대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구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구수한 맛이 사라졌고 새 건물은 마트나 백화점과 대적하기에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협 측은 유통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해 “산지의 조업 부진으로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양식장에서 643만 마리(8월 30일 기준)의 어패류가 폐사했다. 시가로 85억원 어치다.

경남 거제 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로 인한 수산물 괴담도 문제다. 주부 안모(48)씨는 “차례상에 올릴 생선이야 어쩔 수 없이 사야 하지만 다른 생선은 먹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아무리 구워도 콜레라균이 많은 아가미는 안 익는다’, ‘바닷가에서 생선을 먹으면 콜레라에 걸린다’ 등의 괴담이 퍼지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상인들의 손길마저 무뎌진 건 아니었다. 아니 손길은 더 바빠졌다. 수족관을 청소하고, 도마와 칼을 닦고 소독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떠난 고객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들이 바쁜 손길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9-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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