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NS ‘1만 큐피드’의 응원… 겨울 따뜻해진 카페 알바생

[단독] SNS ‘1만 큐피드’의 응원… 겨울 따뜻해진 카페 알바생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12-13 22:50
업데이트 2016-12-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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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닮은 손님 보고 싶다” 익명 게시판에 올린 고백 화제

좋아요 1만개 힘입어 만남 성사

“당신이 다시 태연하게 내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인정한다, 당신이 보고 싶다.”(A씨·여)

“여름의 끝자락에서 저를 기다리셨듯이, 이번에는 제가 기다릴게요. 겨울의 초입에서.”(B씨)

한 남녀가 지난 9월부터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고려대 대나무숲’(대숲)을 통해 주고받은 연서가 네티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이었던 A씨는 이상형과 거리가 먼, ‘커다란 레트리버’ 같은 손님 B씨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는 ‘개똥 같은 생각과 자존심’ 때문에 먼저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A씨는 B씨를 우연히라도 보고 싶어 커피숍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B씨가 늘 마시던 카페모카를 마시면서요. 끝내 B씨를 만나지 못한 A씨는 9월 19일 이 사연을 대숲에 올렸습니다.

“난 요즘도 그 카페에서 내 입에도 안 맞는 카페모카를 마신다. 언제까지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잠겨 죽기 전에 나에게 밀려왔으면 좋겠다.”

A씨의 글을 읽은 9415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3223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B씨도 이 글을 봤습니다. 이틀 뒤 B씨는 대숲을 통해 답장을 띄웠습니다.

그래서 둘이 바로 만났을까요. 아뇨. 그러면 덜 극적이잖아요. B씨는 “오늘 밤 비행기를 타요. 유럽으로 한 달이 조금 안 되게 여행을 가거든요”라면서 “될 사람은 된다더니, 전 안 될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커피를 건넬 때 조금씩 스치던 손이, 씩씩하면서 상냥한 목소리가 너무 좋았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글을 맺었습니다.

“10월 마지막 주에, 저는 내내 그 카페에 있을 생각이에요. 운이 좋다면 이 글을 보실 테고, 조금 더 운이 따라 준다면 아직 제가 밀려갈 수 있겠죠.”

A씨는 10월 5일 “당신이 기다릴 그 카페에 나는 몇 시간이고 전부터 기다릴 생각”이라고 답장했습니다. 둘은 10월 말, 바로 그 커피숍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달 3일 A씨와 B씨는 대숲을 통해 “응원해 주신 모든 분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모두 행복하셨으면 한다. 오늘따라 카페모카가 유난히 달고 따뜻하다”고 전했습니다.

사회부 기자라서 그런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약 판매, 도박 알선 등 ‘SNS를 통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SNS로 연결된 마법 같은 사랑이라니, 메마른 제 가슴이 다 촉촉해집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둘이 쓴 네 편의 글을 읽은 사람 가운데 약 3만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8600여명이 축하와 응원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기자의 ‘의심병’을 떨치지 못한 저는 이 글이 혹시 거짓말이 아닌가 싶어 A씨와 B씨를 수소문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진실이었으면, 그래서 언젠가 두 사람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행복한 세밑 보내세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2-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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