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성 전문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이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고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병원이 문을 연 지 55년 만에 처음으로 오는 15일부터 분만실을 축소 운영한다. 출산율 저하로 분만환자가 급감하는 등 경영난이 악화되며 간호사 인력이 대거 병원을 그만둬 병동뿐만 아니라 분만실도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된 까닭이다.
10일 제일병원에 따르면 15일부터 분만실은 응급 임신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반 임신부는 경영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제일병원에서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63년 문을 연 제일병원이 분만실을 축소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진이 산모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진료를 보면서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 조치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병원 측 결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임신 초기부터 줄곧 다니던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원정 출산’을 하러 가는 게 산모 입장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병원은 고령 임신부(만 35세 이상)가 전체 산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모(38)씨는 “저와 아이 상태를 잘 모르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라고 하니 화가 안 날 수가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임산부 카페’에는 “어디에서 출산할지 고민이다”, “병원 찾기가 막막하다” 등 제일병원에 다니는 산모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제일병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만을 하려면 대기를 해야 될 정도로 임신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지난 55년 동안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만 25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분만 건수는 2012년 6808건에서 지난해 4202건으로 5년 사이 38.3% 줄었다. 낮은 분만 수가에 분만 횟수마저 급감하면서 경영난은 심화됐다. 결국 지난 5월 병원 측은 ‘급여 삭감’이라는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합의 실패로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경영이 더 어려워져 간호사 월급이 70%가량 깎였다. 이에 간호사들도 더이상 못 버티고 휴직 또는 퇴사하면서 인력은 지난 3월 대비 약 30%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정상화를 위해 복수의 인수 희망자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0-1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