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 둘이서 보내려니 눈물이…” 노부모의 우울한 추석

“늙은이 둘이서 보내려니 눈물이…” 노부모의 우울한 추석

남인우 기자
입력 2020-10-04 22:34
수정 2020-10-0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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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절 다신 없었으면

추석 연휴기간 고향방문과 모임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충북도청 앞에 걸려있다. 남인우기자
추석 연휴기간 고향방문과 모임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충북도청 앞에 걸려있다. 남인우기자
“집에 안 온 자식들은 여행을 떠나고, 집에 온 자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잠깐 앉아 있다가 가고, 이런 추석은 또다시 없었으면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진행된 ‘고향 안 가기 캠페인’이 자식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에게는 우울한 추석을 경험하게 했다. 정부의 이동제한 권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식들이 코로나19를 무릅쓰고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일부 부모들은 밀려오는 서운함으로 마음의 상처까지 받았다.

경기 김포의 조모(78)씨는 “이번 추석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추석연휴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한다는 아들이 가족 여행을 떠나서다. 더구나 아들은 전화를 걸어 정중하게 이해를 구한 것도 아니고 아무 상의 없이 이런 내용의 카톡을 보낸 게 전부였다. 조씨는 이동제한을 지켜야 한다면서 여행을 떠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따지고 싶었지만, 화를 참고 ‘잘 다녀오라’는 카톡을 보내줬다. 조씨는 “코로나를 핑계로 자식의 도리를 저버린 듯하다”면서 “늙은이 둘이서 쓸쓸하게 연휴를 지내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 거주하는 이모(83)씨 부부는 “뉴스 보면 제주도에도 많이 가고, 공항에도 사람들만 북적이던데 여긴 시골이라 가족들이 안 오니까 많이 쓸쓸하고 서운하다”며 “그놈의 코로나19가 하도 무서워 이해는 되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허전하고 통 입맛도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 혼자 거주하는 김모(62)씨 집에도 추석 당일 아들 둘만 집을 다녀갔다. 혹시나 찾아올지 모르는 손주들에게 주기 위해 새 돈으로 용돈도 준비했지만 며느리와 손주들은 전화 한 통으로 추석인사를 대신했다. 김씨는 “집에 온 아들은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고, 음식도 같이 먹지 않고 싸 갔다””고 말했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광명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20-10-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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