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태일의 눈물… 비정규직 67% “고용 불안 시달린다”

21세기 전태일의 눈물… 비정규직 67% “고용 불안 시달린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0-11-09 22:52
수정 2020-11-1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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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전태일의 설문, 지금 답해 보면

비정규직 38% “노동 현실 나아졌다”
정규직 52% 긍정 답변한 데 비해 낮아
비정규직 49%는 8시간 이상 초과 근무
“수당으로 부족한 소득 보충 위해” 이유
민주노총, 전태일 3법 국회 통과 등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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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전태일 열사 50주기(11월 13일)를 나흘 앞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과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전태일 열사 흉상(오른쪽 첫 번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전태일 열사 50주기(11월 13일)를 나흘 앞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과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전태일 열사 흉상(오른쪽 첫 번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50년 전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일터인 평화시장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려고 사장들 몰래 설문지를 돌렸다. 전태일은 동료들이 한 달에 며칠 쉬는지, 며칠 쉬기를 희망하는지, 하루에 몇 시간 근무하는지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노동자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민단체가 직장인 1000명에게 전태일의 질문을 던졌더니 ‘21세기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은 고용 사정이 불안정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절반은 부족한 월급을 수당으로 채우려고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이해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50년 전 전태일과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은 2020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어졌다. 전태일이 살았던 1970년대와 비교한 현재의 노동 현실을 묻는 질문에 정규직의 51.5%는 좋아졌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7.8%만이 좋아졌다고 했다. 현재 직장의 고용 상태에 대해 비정규직의 66.8%가 불안정하다고 응답했으며 54.5%는 앞으로 자신의 근로조건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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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한 달 평균 휴일은 8.25일로 조사됐다. 그러나 8일 미만 쉰다는 응답은 정규직(21.3%)보다 비정규직(28.0%)이, 사무직(16.0%)보다 비사무직(32.0%)이, 공공기관 노동자(7.8%)보다 5인 미만 노동자(29.0%)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원하는 날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은 응답자의 54.8%로 집계됐다. 원하는 날에 쉬고 있다는 응답은 일터의 약자인 여자, 비정규직, 서비스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서 낮게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8.05시간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에게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일이 바쁘니까’가 54.7%로 가장 많았고,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30.0%)가 뒤를 이었다. 수당 때문에 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49.0%)이 정규직(22.0%)에 비해, 비사무직(43.8%)이 사무직(18.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취약한 노동자들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려고 초과근무에 내몰리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태일 3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을 촉구했다.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없는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한 해 2500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1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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