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법” 영하 10도 한파에도 오체투지 행진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법” 영하 10도 한파에도 오체투지 행진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14 18:16
수정 2020-12-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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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흰색 상복을 입고 국회를 향해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흰색 상복을 입고 국회를 향해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올 들어 가장 추웠던 14일 흰색 상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칼바람 부는 마포대교 위에 섰다. 강바람은 살을 에는듯했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에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의 형상.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용균2주기를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로 4박5일 동안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에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의 형상.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용균2주기를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로 4박5일 동안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선두에 선 이가 북을 한 번 치면 노동자들은 살얼음 낀 길바닥에 이마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닿도록 엎드렸다가 다시 북을 치면 일어서고 두번 북을 치면 전진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춥지 않으냐’고 묻자 “하루에 7명씩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일이고 믿는다. 괜찮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비정규직공동행동이 마포대교 위에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이마부터 발끝까지 땅에 바짝 대고 누워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시민단체 비정규직공동행동이 마포대교 위에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이마부터 발끝까지 땅에 바짝 대고 누워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시민사회단체 비정규직공동행동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노동자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4박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출발한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국회였다. 중대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12시 45분쯤부터 경찰이 국회로 향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방패로 막아서자 머리를 방패 사이로 넣으며 전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12시 45분쯤부터 경찰이 국회로 향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방패로 막아서자 머리를 방패 사이로 넣으며 전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상복 차림의 노동자들은 끝내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 오후 1시쯤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순복음교회 인근에서 경찰은 방패를 세워 이들의 행진을 막았다. 국회를 불과 1.3㎞ 남긴 지점이었다. 경찰은 감염병예방법상 국회의사당대로가 집회금지구역으로 정해져 있으니 오체투지를 하지 말고 걸어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뜻을 꺾지 않고 3시간 넘게 길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왼쪽부터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 4명이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왼쪽부터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 4명이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몸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한 사람들이 또 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tvN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 4명은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스물 여섯 살에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 지난 2013년 고교현장실습 중 사망한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도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얇은 천막으로 친 텐트에서 24시간 작은 난로 하나에 몸을 의지한다. 물과 효소만 섭취하다 보니 추위를 견디기 더욱 어렵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이날 여야 의원들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이달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산재 유가족들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생명안전넷,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17시 30분부터 국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글·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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