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지막날, 단식·도보상경·농성…거리에 선 사람들

2020년 마지막날, 단식·도보상경·농성…거리에 선 사람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0-12-31 15:45
수정 2020-12-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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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기를’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기를’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여 있다.
뉴스1
“12월 31일.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릴까요. 해고도 아닌 계약해지란 명분으로. 서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밤새 청와대 앞에서 떨며 노숙과 단식 11일째. 국회 앞 유가족들의 단식은 21일째.” -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

한파로 차갑게 얼어붙은 2020년 마지막 날 노동자들과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복직을 위해 거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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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차 맞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21일차 맞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가운데)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 부친 이용관(오른쪽 첫번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앉아 있다.
뉴스1
이날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린 천막이 있었다. 그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 한빛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21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0일까지 조문을 절반 검토하는 데 그쳤다. 다음 회의는 다음달 5일에서야 열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법 제정 잔치를 벌이면서 민주당 단일안도 내지 않고, 국민의힘은 법사위 시작도 방해하더니 이제 ‘이 법이 생기면 소상공인 죽는다’고 거짓선동한다.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유가족들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하고 기다려 달라 한다. 그 사이에도 매일 7명의 노동자는 죽어가고, 그 죽음에 대해 사업주 면죄부는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에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유족과 금속노조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노조는 “유족은 사고 상황이나 사후 조치에 대해 사측이나 경찰,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거리에 선 이들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KO) 노동자 5명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천막에서 200일 넘게 농성 중이다. 이들은 지난 5월 무급휴직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지난 8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KO는 복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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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청와대까지 해고자 복직과 고용안정 없는 한진중공업 매각을 반대하며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도보 상경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제공
지난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청와대까지 해고자 복직과 고용안정 없는 한진중공업 매각을 반대하며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도보 상경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제공
정년 마지막 날인 31일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원동역부터 도보 상경을 이어갔다. 목적지는 복직을 요구하며 정홍형 희망버스 집행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청와대 앞이다. 2009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부당해고라며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암치료 중이지만 “앓는 것도 사치”라며 다시 길 위에 섰다. 작년에도 김 지도위원은 복직을 요구하며 영남대 의료원 옥상에서 170일 넘게 농성하던 박문진씨를 만나기 위해 부산 호포역에서부터 걸었다. 그의 트위터에는 여전히 다른 노동자들을 걱정하는 글이 가득하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국회 앞과 청와대 앞 단식과 노숙이 이어지고 이 고행들은 언제나 끝날까요…”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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