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곁 지켜 목숨 구한 ‘백구’”…국내 첫 ‘명예119구조견’됐다

“할머니 곁 지켜 목숨 구한 ‘백구’”…국내 첫 ‘명예119구조견’됐다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09-06 10:39
업데이트 2021-09-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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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거둔 90대 할머니를 빗속에서 40시간 지켜 구조케한 충남 홍성의 ‘백구’가 우리나라 첫 ‘명예119구조견’이 됐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6일 오후 홍성소방서에서 ‘백구’(견령 4세)를 전국 1호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백구에게 개집, 명패(문구는 ‘충남 1호 명예 119구조견 백구’), 개사료, 개목줄, 꽃다발 등을 수여했다. 또 임용장과 함께 ‘명예소방교(소방사보다 1단계 상위 계급)’ 액자도 줬다.
자신을 거둔 실종 할머니 곁을 40여 시간 지켜 목숨을 건지게 한 백구. 충남도 제공
자신을 거둔 실종 할머니 곁을 40여 시간 지켜 목숨을 건지게 한 백구. 충남도 제공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명예 구조견을 임명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1호”라고 말했다. 양 지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백구가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견주 심금순(65)씨는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다. 가족처럼 살면서 키우겠다”고 했다.
할머니 곁을 지켜 구조케한 백구가 6일 홍성소방서에서 열린 ‘명예 119구조견’ 임명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할머니의 딸인 심금순씨, 오른쪽은 양승조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할머니 곁을 지켜 구조케한 백구가 6일 홍성소방서에서 열린 ‘명예 119구조견’ 임명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할머니의 딸인 심금순씨, 오른쪽은 양승조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이 백구는 지난달 24일 밤 홍성군 서부면 집에서 치매를 앓는 김모(93)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인근 축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심씨 등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나섰지만 이틀째 종적을 찾지 못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할머니가 고령에 지병까지 앓아 수색이 늦어질수록 구조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던 상황이었다.

경찰은 마지막 수단으로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띄웠다. 수색 끝에 실종 40여시간 만인 26일 오후 3시 30분쯤 집에서 2㎞ 떨어진 논두렁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겨우 찾아냈다.

논에 벼들이 제법 자라 있었고, 할머니가 쓰러져 물속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육안은 물론 드론의 열화상 탐지로도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백구의 생체 신호가 탐지됐다. 백구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은 덕이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할머니가 물속에 누워 있어 체온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반려견이 체온이 높아 열화상에 잡혔다”며 “악천후에도 90대 어르신이 40여 시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반려견이 곁을 떠나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 품속에서 몸을 계속 비비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할머니 체온이 엄청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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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열화상 드론을 띄워 실종 할머니를 찾았을 때 백구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사진은 구조 당시 모습. 충남소방본부 제공
경찰이 열화상 드론을 띄워 실종 할머니를 찾았을 때 백구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사진은 구조 당시 모습. 충남소방본부 제공
백구는 유기견으로 떠돌다 3년 전 큰 개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것을 할머니 가족이 구해줘 인연을 맺었다. 전에 키우던 반려견이 죽은 뒤 상심하고 있던 할머니도 백구를 만나 기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는 홍성군 역재방죽공원 의견(犬)상 앞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비가 내려 변경됐다. 의견비는 옛날 불 난 줄 모르고 깊이 잠든 주인이 안 일어나자 언덕 아래 연못으로 달려가 털에 물을 적셔 끊임없이 주변을 뒹굴어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를 위해 세운 것이다. 잠에서 깬 주인이 이 사실을 알고 죽은 개를 이곳에 묻어주고 해마다 개의 넋을 위로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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