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선 지휘관이자 지역 치안의 책임자
“총경 나섰다는 건 마지막까지 왔다는 것”
인사청문회 앞둔 윤희근 리더십 시험대에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에 내부 반발 확산
지역의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서장으로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전국 630여명의 총경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90여명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찰청이 이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23일 밤 대기발령하고 56명의 총경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자 내부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경찰국 반대’ 서장회의 주도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2022.7.24 연합뉴스
190여명의 총경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온·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하고 4시간 논의 끝에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356명의 총경은 무궁화 화분을 보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전국 경찰서장 회의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 경찰서장들이 보내온 무궁화 350여개의 화분에 ‘국민의 경찰’문구가 적혀 있다. 2022.7.2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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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한 한 총경은 24일 “총경은 최일선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조직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마지막에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며 “총경이 나섰다는 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저도 참석했는데 대기발령을 받아야할 이유가 있다”며 “밑에서는 신분상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삭발에 단식까지 하며 나서는데 서장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경찰국 신설과 경찰지휘규칙 제정으로 행안부 입김이 강해짐에 따라 일선에서도 지휘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연합뉴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서장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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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가 강경 대응하면서 성토 분위기만 거세졌다. 경찰 내부망에는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며 “대기발령을 정상발령으로 바로잡을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시길 촉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당한 조치에 맞서 모금운동 계좌를 올리며 탄압받는 총경을 지원하기 위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시작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류 총경도 “이번 조치야말로 얼마나 인사권 장악이 위험한지 잘 보여준다”며 “대기발령에 대한 법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검사들이 직급별로 회의를 개최해 반대 뜻을 표명했음에도 징계하지 않았는데 휴일날 모여 의견을 나눈 경찰 모임에 대해 감찰로 대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사말 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대표 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7.2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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