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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니까 30분뒤 구급차 보내라”…되려 소방관 징계

“샤워하니까 30분뒤 구급차 보내라”…되려 소방관 징계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1-20 18:02
업데이트 2023-11-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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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인천시청 앞 규탄 회견
소방관 징계 철회 및 시민 안전 위한 예산 확보 요구
소방안전교부세 특례조항 일몰 앞두고 배분비율 이견
소방노조 “75% 이상 소방 분야 배정 유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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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에게 내린 경고처분 철회하라
구급대원에게 내린 경고처분 철회하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민원 시달리는 소방관 징계 철회 및 시민 안전 위한 예산 확보 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병원 가야 하는데 샤워해야 하니까 30분 뒤 구급차 보내달라.”

119 구급차 ‘출동 예약’ 신고에도 성실히 응한 소방관이 신고자에 주의를 당부했다가 도리어 징계를 받았다.

20일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인천소방본부는 올해로 7년차 소방공무원인 30대 A씨에게 1년간 포상이 금지되는 경고 처분을 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친절한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A씨는 지난 8월 7일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 달라”는 119 신고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신고자가 요구한 시각에 비슷하게 맞춰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신고자는 8∼9분이 지난 뒤 집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A씨는 신고자에게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뒤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신고자는 “모멸감을 느꼈다”거나 “출동한 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는 등의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A씨는 악성 민원에 따른 스트레스로 단기 입원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인천소방본부는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은 징계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며 “대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당장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에게 징계까지 하는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의 모습은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함)”이라며 “하위직 소방관에게 했던 경고를 행정안전부를 향해 날려달라”고 비판했다.

이는 소방안전교부세의 75% 이상을 소방 분야에 쓰도록 한 특례 조항이 올해 말 일몰을 앞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전국 17개 시도 내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을 위해 2015년 도입됐다. 이중 소방안전교부세의 75% 이상을 소방 분야에 사용하도록 한 규정은 원래 3년 동안만 효력이 인정됐다가 2017년과 2020년 특례 만료를 앞두고 두 차례 연장됐다.

하지만 행안부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해당 조항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소방노조 쪽에서 비판이 일었다.

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규탄 회견을 연 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이 조항이 폐지되면 각 시도 자율에 교부세 운용을 맡기려 하고 인천시도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지자체 치적 쌓기에 이 예산이 악용되지 않도록 인천시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 분야에 전폭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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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소방관들
구호 외치는 소방관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민원 시달리는 소방관 징계 철회 및 시민 안전 위한 예산 확보 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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