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이미지. 서울신문DB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상(聖像) 조각가라고 속인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전남 신안 하의도와 경북 청도 등에 조각상을 설치하고 수십억 원을 챙긴 7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어재원)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모(71)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최씨는 2022년 11월 30일 경북 청도군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파리 7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조각가라고 속인 뒤 이듬해 5∼6월 중국산 조각상 18점과 철제 상징물 2점을 납품해 청도군으로부터 2억9700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평화의 섬, 천사의 섬’으로 꾸미겠다면서 신안군 공무원들에게 접근했다. 신안군은 최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하의도에 19억원을 투입해 천사 조각상 등 총 318점의 조각상을 설치했다. 당시 박우량 신안군수는 최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씨의 작품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성당, 김대건 신부 묘소 등에도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으며 그가 내세운 학력과 경력은 모두 가짜였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의 철공소와 목공소에서 일했으며,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상습 사기 죄 등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그가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던 1992년에는 청송보호감호소에 복역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청도군수와 청도군 담당 공무원들에게 자기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알린바 범행 수법이 대담하다”며 “피해를 회복하거나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전남 신안군에 대한 사기에 대해선 “계약 체결 진행 과정에서 허위로 학력이나 경력을 고지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경력, 학력 등 내용이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