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주택사업’ 명목으로 택지 분양받아 218억 챙긴 듯
‘화이트리스트’ 일환 가능성도검찰이 고엽제전우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속여 아파트 택지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5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LH에 대한 사기 등 혐의로 서울 서초동 고엽제전우회 사무실과 회장 이모씨 등 관련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엽제전우회는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택지를 공급받은 혐의를 받는다.
2013년 LH는 위례신도시에 4만 2000㎡ 땅을 분양하면서 ‘국가보훈처장의 추천 공문을 제출한 업체가 우선순위를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고엽제전우회는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를 첨부해 단독 응찰했다. 이 땅의 가격은 1836억원이었다. 고엽제전우회는 이 땅을 S건설사에 위탁했고, 이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 등을 통해 218억여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엽제전우회는 경기 오산 세교에서도 LH 택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보훈처가 승인한 고엽제전우회 수익사업 범위에 주택사업은 들어가 있지 않고,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는 조직도 실체가 없었다.
검찰은 LH의 토지 분양 과정이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성향 단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화이트리스트’의 일환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아파트 분양으로 발생한 수익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만약 보훈처에서 관련 사실을 알고도 추천서를 내줬다면 박 전 처장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7-12-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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