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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무죄…“증명 안 돼”(종합)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무죄…“증명 안 돼”(종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1-12 15:20
업데이트 2021-01-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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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판결

재판부 “공소사실 충분히 증명 안 돼”
검찰 5년씩 구형했으나 모두 무죄로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4114명”
피해자 “다른 상품이라고 무죄? 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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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 시위 저지당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피켓 시위 저지당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 및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메이트’를 인체에 유독한 물질로 제조 및 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피고인들의 첫 공판에 앞서 피켓 시위를 하던 중 법원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2021.1.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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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무죄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무죄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왼쪽 사진)와 안 전 대표(오른쪽 사진)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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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구제인정 필요 주요사례발표’ 기자회견장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영숙 씨가 침대에 누운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구제인정 필요 주요사례발표’ 기자회견장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영숙 씨가 침대에 누운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4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직 임원에게 실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전직 임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법원 “CMIT·MIT 성분 살균제가
폐질환·천식유발 입증 보기 어려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MIT와 MIT 등은 앞서 일부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와 다른 성분이다.

재판부는 “각 실험을 실행한 교수와 전문가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CMIT·MIT 사용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는 ‘사람에게 이미 폐 질환 등이 발생했다는 전제를 하고 CMIT·MIT 성분의 영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물 실험을 했지만, 뒷받침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환경부 피해 공식 인정과 상반된 결론
“업무 부주의, 사망·상해 본질 기여 아냐”

SK케미칼 전직 직원 4명도 모두 무죄

이러한 결론은 환경부가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온 것과도 상반된다.

재판부는 “모든 시험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환경부의 종합보고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에 대해 추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의견서에 그친다”면서 “이런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로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 범위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SK케미칼에 근무하면서 PHMG 제조·판매에 관여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전직 직원 4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에 이 물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SK케미칼 관계자들이) 업무 과정에서 다소의 부주의가 있었더라도 판매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과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데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정확한 판결 이유를 확인해서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는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상품이라는 이유로 애경과 SK케미칼이 무죄라니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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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투기’ 공직자 전원 구속…법정 최고형 구형”
대검 “‘투기’ 공직자 전원 구속…법정 최고형 구형” 연합뉴스
檢 “경영진 부주의로 수많은 생명 희생”
“안전성 검사 필요 듣고도 출시 강행”

애경산업·SK케미칼 전 대표에 각 5년 구형
“피해가족들, 내 손으로 아이 죽였단 죄책감”


검찰은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이밖에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0여 명에게는 각각 금고 3년∼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현대사회에서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과 그 경영진의 부주의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도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구형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안 전 대표에 대해 “피고인은 애경의 대표이사로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최종 책임자”라며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하지 않고 제품 출시를 강행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은 현재도 질병 속에서 고통받고 있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내 손으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진 채 책임을 회피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끝내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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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무죄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무죄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홍 전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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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피켓 든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피켓 든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웍크 소속 회원들과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에 앞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12/뉴스1
SK케미칼 측 “폐질환 유발,
과학적 증명 안 돼” 무죄 주장

이에 대해 홍 전 대표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현 단계에서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주장한 것과 같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함께 재판받게 된 임직원들의 어두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임직원들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전 대표는 CMIT·MIT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대표도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6년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는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했지만,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 지난해 순차적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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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애경산업 안 전 대표 등 무죄
‘가습기 살균제’ 애경산업 안 전 대표 등 무죄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안 전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12 연합뉴스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4114명 인정

환경부, 기업 상대 손배 진행 피해자에
연구결과와 법률상담 서비스 제공키로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제2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333명을 추가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9일 기준으로 신청자 7103명 가운데 총 4114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건강 피해가 있으면 포괄적으로 피해를 인정하도록 하는 개정법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면서 피해자 인정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각 신청 사례에 대한 개별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피해인정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피해자에게 역학적 상관관계 연구 결과와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송을 돕는 업무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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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1559명
가습기 살균제 사망 1559명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 인정한 지 9년이 된 31일 피해자 유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망 피해 접수 인원을 뜻하는 ‘1559명’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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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 회에 참석한 살균제 피해자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에코사이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처럼 세계 최대 규모 농화학기업 몬산토의 비윤리적 만행을 파헤친다.  서울신문 DB
지난해 8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 회에 참석한 살균제 피해자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에코사이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처럼 세계 최대 규모 농화학기업 몬산토의 비윤리적 만행을 파헤친다.
서울신문 DB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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