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남편 곁 지킨 ‘필리핀댁’ 가르시아씨

전신마비 남편 곁 지킨 ‘필리핀댁’ 가르시아씨

입력 2010-05-22 00:00
수정 2010-05-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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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필리핀 여성이 결혼 직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국인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어 주변 주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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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구룡명 죽교리에 시집온 필리핀 여성 제니 가르시아(28.여)씨와 그 가족. 가르시아씨는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을 정성껏 간호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부여군 구룡명 죽교리에 시집온 필리핀 여성 제니 가르시아(28.여)씨와 그 가족. 가르시아씨는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을 정성껏 간호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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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주인공은 2002년 3월 필리핀 다바우시(市)에서 이종선(47.충남 부여군 구룡면 죽교리)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제니 가르시아(28)씨.

 남편을 먼저 한국에 보내고 수속절차 때문에 석 달 뒤인 5월 28일 한국에 온 가르시아씨는 들어오자마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보름 전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가던 남편이 마주 오던 트럭을 피하려다 길옆 배수구로 곤두박질 쳐 의식불명에 빠진 것이다.

 시댁 어른들은 젊은 새댁이 살아갈 날이 걱정스러워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시어머니 차금남(81)씨는 “어떻게 저런 새파란 며느리에게 같이 살자고 할 수 있었겠냐?”라고 반문했다.

 차씨는 “당시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며느리를 부여잡고 ‘이런 사람(아들)과 살라고 못한다.필리핀으로 돌아가라’고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그는 “한번 맺은 부부의 연을 어찌 끊을 수 있겠느냐?”라며 돌아가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후 가르시아씨 부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의식불명이었던 이씨가 사고 한 달여 만에 의식을 되찾았고 두 달이 되면서 점차 손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르시아씨는 사고 두 달 반 만에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병실문을 나설 수 있었다.

 남편 이씨는 가르시아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하루하루 회복됐으며 3년 만에 목발을 내던질 수 있었다.

 이들 가정에 행복도 찾아왔다.

 이씨의 몸이 회복되면서 결혼 4년 만에 아영(4.여)과 나영(2.여)이 등 예쁜 아이도 낳았다.

 현재 벼농사와 수박농사를 짓는 이씨는 “이 사람 없었으면 아마 저도 이렇게 걸어 다니지 못하고 주저앉아 인생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라며 “이것이 다 아양이 엄마 덕분”이라며 말했다.

 시어머니 차씨도 “당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며느리의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라며 “딸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가르시아씨는 충남농협으로부터 도내 다문화가정 16가구에게 가족과 함께 친정을 방문할 수 있는 왕복항공권과 체류비 50만원을 받게 된 가운데 오는 7월 고향방문을 앞두고 있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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