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실’ 러 보내 불량점검
지난 26일 1단 로켓의 헬륨가스 주입부 고무 마감재(실·seal) 이상이 발견되면서 발사가 연기된 한국형 위성발사체 나로호(KSLV-I)의 결함 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된 실은 모스크바로 보내 불량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러시아 측은 한국이 개발한 발사대가 문제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원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발사 재개 일정을 정하기 쉽지 않은 만큼 나로호 3차 발사는 11월 중순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흥 연합뉴스

다시 일어서리!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지난 26일 3차 발사를 5시간 30분가량 앞둔 오전 10시쯤 헬륨가스 주입 과정에 이상이 발견돼 이날 오후 발사대에 얹힌 채 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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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측은 29일 오전 1단 제조사인 흐루니체프의 모스크바 본사에 파손된 실을 보내 실의 재질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밝힐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러시아 측이 전권을 갖고 있는 1단 로켓 부품의 불량 여부를 우리나라 기술로는 점검할 방법이 마땅찮아 러시아 측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이 작업에 최대 5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연기가 실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종합조립동에서 실시한 모의실험에서 실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발사대 장착 과정에서 불필요한 외부 압력이 가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측에서 한국 측이 제작하고 운용한 발사대를 기립하는 과정에서 실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면서 “이 경우에는 발사대 수평이나 연결선 점검 등 훨씬 복잡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양국이 협의하는 처지에서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만 1주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1일까지인 예비일 내 발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29일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봐야겠지만 조사에만 일주일, 기상 조건과 인공위성 등을 감안해 국제해사기구 등에 재발사 통보를 하는 데 5일 이상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다음 달 7~8일이 가장 빠른 발사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러 양국 기술진이 일정보다는 ‘발사 성공 가능성’을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꼽고 있는 만큼 11월 중순에 발사 예정일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11월 중순을 넘길 경우 150명이 넘는 러시아 개발진의 체류 비용이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0-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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