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평
표면소독 기능으로 병원 내 감염 막고열 측정·폐기물 처리 등 업무 가능 판단
“아직 인간과 상호작용 어려워” 진단도

미국 육군연구소 제공

미 육군은 전장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후방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장구출지원로봇’(BEAR)을 개발했다(왼쪽).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료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소셜로봇은 병원에서 환자와 환자가족을 돌보거나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을 때는 병원균 확산 우려 없이 격리자를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육군연구소 제공
미국 육군연구소 제공

벨기에 AZ다미안 병원 제공

벨기에 AZ다미안 병원의 간병로봇 ‘페퍼’가 아기와 산모를 돌보고 있는 모습.
벨기에 AZ다미안 병원 제공
벨기에 AZ다미안 병원 제공
중국 상하이 교통대 의료로봇연구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미국 텍사스A&M대, 카네기멜런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샌디에이고), 스탠퍼드대, UC버클리, 존스홉킨스대, 이탈리아 산타나대 바이오로보틱스연구소, 일본 도쿄대, 스웨덴 왕립공과대 소속 로봇 과학자들은 로봇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6일자 논평을 통해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로봇이 ‘단순하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임무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침방울이나 신체 접촉은 물론 오염된 표면을 통해 확산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는 의료진에 의한 병원 내 감염으로 급격히 확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자외선(UV) 표면소독 기능을 장착한 로봇이 의료 현장에 투입되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낮춰 현재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브레시아 병원에 천막 응급실 모습. 감염병의 대유행 상황에서는 의료진을 포함해 의료지원시스템 전체가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의료용 로봇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는 역학조사관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로봇을 통한 건물이나 지역 방역, 공항·항만·건물 입구 등에서의 체열 감시 측정, 각종 의료 폐기물 처리, 격리환자 지원은 현재 로봇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을 결합할 경우 감염 의심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면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예정된 국제회의나 학술대회를 취소하지 않고 로봇 아바타와 제어장치를 통해 원격 참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헨리크 크리스텐슨 UC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이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감염병과 바이러스 같은 생물학, 의학 분야 연구뿐만 아니라 한발 앞선 로봇 시스템의 개발과 확산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로봇 분야 산학연 협력과 융합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 함께 참여한 하위 초셋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의료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언어, 몸짓 등 사회적 행동을 통해 사람과 교감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셜로봇의 발전을 전제해야 한다”면서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개개인의 지식, 신념, 감정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성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3-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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